학창 시절 우등생... 집안의 자랑거리
"아빠, 그 동안 오해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전 동료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피해자 A(28)씨가 사고 3일 전 아버지와 극적으로 화해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15일 서울 중구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피해자 유족에 따르면 A씨와 A씨 아버지는 오해가 있어 1년 가까이 거의 대화가 끊긴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사건 3일 전 아버지가 딸에게 "아빠가 잘못했다. 이해해주면 안 되겠냐"고 문자를 보냈고, 딸도 "아빠, 그 동안 오해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라고 화답했다. 피해자 큰아버지는 "그게 조카의 마지막 편지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울먹였다.
피해자는 지방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줄곧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고, 대학에서도 4년 내내 과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졸업 후 서울교통공사와 산업안전관리공단 시험에 동시 합격해 집안에서도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큰아버지는 "앞날이 창창했던 조카에게 집안 어른인 제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큰아버지는 "하루 빨리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마련해 또 다른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A씨가 사건의 피해자로만 기억되기 원치 않는다는 뜻도 내비쳤다. A씨 작은아버지는 "조카가 사망할 정도의 상처를 입고도 비상벨을 눌러 범인을 검거하도록 했다"며 "범인이 도망갔으면 수사력이 또 얼마나 허비됐겠나. 조카는 마지막까지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3시 가해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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