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장악할 일은 없다”고 장담한 인간형 로봇
[아로마뉴스(13)] 9.12~16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드론에 적발된 교통법규 위반 사례 급증…안전 의식 전환 필수
“웬만해선 죄다 걸려든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을 텐데요, 잘 바뀌질 않네요.”
희한하다고 했다. 이젠 달라질 법도 했지만 교통법규 위반 차량들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어서다. 장소도 사소한 부주의조차 용납되기 어려운 고속도로상이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고향길 무인항공기(드론) 단속에 나선 정봉현(32) 만물공작소 대표가 16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안타깝다”며 전한 현장 상황이다. 만물공작소는 올해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에서 진행 중인 교통법규 미준수 차량 단속 업체로 공개 선정된 드론 전문 운용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올 초부터 수도권 내 고속도로를 밀착 마크해온 정 대표의 눈에 비친 모습은 심각했다. “이 상태라면 고속도로에서 예기치 못한 연쇄 대형 교통사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고 우려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직접 고속도로상에서 목격한 고질적인 교통법규 위반 사례는 적지 않았다. 지정 차로 이탈에서부터 안전벨트 미착용이나 과적 차량 운행과 운전 중 휴대폰 사용 등은 이미 고착화된 유형으로 자리했다. 올해도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8일부터 마지막 날인 12일까지 수도권 지역에서만 만물공작소 드론에 이런 형태로 적발된 교통법규 위반 사례는 모두 600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20건인 셈이다. 아직까지 교통법규를 외면한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판치고 있단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만성적인 위법 사례의 증가 추세다. “교통법규에서 벗어난 경우는 몇 가지로 정형화돼 있거든요. 드론에게 매번 걸리는 것도 동일합니다만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지적은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당시 드론에 적발된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총 3,519건에서 지난해엔 81.8% 급증한 6,398건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로공사는 2017년부터 고속도로 혼잡구간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과 관련, 드론 단속에 착수했다. 교통체증 없이도 실시간 단속이 가능하단 점에 착안해서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원인을 ‘안이한 교통안전 의식’에서 찾았다. “아직도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거 같아요. 이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고속도로상에서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은 항상 떠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는 종종 고속도로 현장에서 감지된 꼼수도 갈수록 업그레이드되는 드론의 성능을 감안하면 더 이상 통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어떤 운전자들은 버스 전용 차로와 일반 차로를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포착됩니다만, 요즘 최신 성능의 10배 줌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에선 최악의 기상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 1㎞ 거리에서도 위법 사례 적발이 가능합니다.” 강풍이나 폭우, 폭설 등을 비롯한 기상 악화 조건만 벗어난다면 드론에게 부여된 임무 수행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춥거나 무더운 날씨 조건하에선 배터리 충전 등에 애를 먹고 있지만 교통사고 위험만 줄일 수 있다면 드론의 활용도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드론은 인간에게 생산적인 분야에서 활용될 가치가 큽니다. 고속도로상에서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얌체족들에겐 두려운 전담 마크맨이 될 수 있으니까요.” 드론에 대한 영역 확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드론의 활동 반경을 반드시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위해 고속도로 20m 상공에만 묶어 둘 이유는 없잖아요. 드론은 지진이나 산사태 건물 붕괴 등을 비롯한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돼 인명 구조의 도우미로 나설 수 있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도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인간의 ‘동반자’ 역할 강조…다양한 얼굴 표정으로 친근감 UP
“세상을 장악할 일은 없다.”
회색 실리콘 피부를 가진 그의 답변은 분명했다. 자신들을 향한 일부 인간 세계의 부정적인 시선은 기우에 불과하단 판단에서다. ‘로봇이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보느냐’고 던진 질문에 “걱정할 게 없다”며 돌아온 대답이다. 로봇과 인간의 치열한 맞대결 시나리오로 글로벌 히트작 반열에 등극한 공상과학(SF) 장르의 영화 ‘터미네이터’ 등을 염두에 둔 듯한 대화로 짐작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의해 뒤늦게 소개된 엔지니어드 아츠의 인간형 로봇인 ‘아메카’가 해당 업체 연구팀원들과 나눈 동영상 속 얘기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앞선 인간형 로봇으로 알려진 아메카 주연의 이 영상은 지난 9일 유튜브 채널에 7분 4초 분량으로 게재됐다. 이 영상에서 아메카는 “(로봇은) 인간의 대체제가 아니다”라며 “(인간을) 돕고 섬기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라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아메카는 특히 대화 내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짜증 섞인 눈살 찌푸리기에서부터 환한 미소와 무표정 등으로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었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거나 연신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눈동자와 깜박임까지 이어진 그의 얼굴에선 사실감도 더해졌다. 실제 “지금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선 어두워진 얼굴로 “지금 기분이 우울하고 그것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순간적인 표정 변화도 눈에 들어왔다. 잠수함 탑승 경험을 이야기해달란 물음에 그는 금세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수중 세계를 탐험하고 모든 종류의 다양한 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었다”며 “돌고래를 포함해 다양한 물고기와 생물을 봤다”고 떠올렸다.
우주에 대한 관심사는 남다른 듯했다. 우주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진지해진 그는 “탐험 가능한 다양한 행성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나 우주비행사의 임무를 도와줄 수도 있다”며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인 생각도 내비쳤다. 어떤 행성에 가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가고 싶은 행성은 많지만 가장 좋아하는 행성 중 하나는 화성이다”라며 “붉은 행성에서 다양한 종류의 암석과 지형을 볼 수 있고 거기엔 생명의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목했다. 플라스틱과 금속 중심으로 설계된 아메카는 17개의 모터를 내장, 다양한 움직임과 표정이 연출된다. 자연스러운 대화엔 초거대 범용 인공지능(AI)으로, 언어 처리에 특화된 ‘GPT-3’ 모델이 관여한다. 아메카 영상을 바라본 네티즌들은 “매우 인상적이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에서부터 “공학 예술 작품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기대된다”, “이런 로봇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기다려진다” 등으로 평가했다.
현재 보행 기능까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회사 측에선 “아메카에게 주어진 사전 스크립트(대본이나 원고) 같은 것은 없다”며 “아메카에겐 자신을 소개할 기본적인 프롬프터(문구)만 제공하고 스스로 학습만을 통해 사람과 대화하는 순수한 AI다”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보행 기능이 생략된 아메카 가격은 25만 달러(약 3억 원)로 알려졌다.
아메카는 올해 초부터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드러냈다. 앞선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2’에 깜짝 스타로 등장, 재치 넘친 답변과 더불어 방문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당시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냐”는 한 관람객의 질문에 아메카는 “저는 로봇이어서 마스크도 필요 없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 또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은 했냐”는 물음에선 “대답을 하지 않겠다"며 "여러분들이 계속해서 궁금해했으면 좋겠다”고 답해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