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높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크게 유전적 다양성, 종 다양성 그리고 서식지 다양성을 말하죠. 호랑이 로드킬과 서식지 단절이 각 호랑이 군집의 상호 연결성을 줄여 근친교배 문제가 나타난다는 사례와 같이 인간의 다양한 활동은 유전자에서부터 서식지 다양성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번엔 퓨마 이야기입니다. 퓨마는 널리 사는 만큼 이름도 많습니다. 쿠거, 산사자, 팬서라는 이름도 널리 사용되죠. 캐나다에서 칠레까지 미주대륙 전반에 걸쳐 서식했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서부에만 남았고 아주 일부가 플로리다 반도에서 살아갑니다. 넓게 분포하는 종이라 아종도 구분하는데, 학자에 따라 북중미 아종과 남미 아종 둘로 나누기도 하고, 7개 아종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중 플로리다에 고립된 '플로리다 퓨마' 사연이지요. 네, 우리가 많이 죽였고, 1970년대에는 20~30마리까지 줄어듭니다. 당연히 유전적 문제가 나타났죠. 낮은 유전적 다양성과 높은 근친교배는 열성 유전형질 발현을 늘렸고, 결국 전반적 환경 적응도를 낮췄죠. 이는 면역력 저하, 기형정자 증가, 잠복고환이나 심장기형으로 연결되었죠. 아, 꼬부라진 꼬리도 대표적 기형이었습니다.
이 문제 해결은 외부 유전자 도입밖에 없었고, 1990년대 중반 텍사스에서 포획한 다른 아종 암컷 8마리를 도입합니다. 이 중 5마리가 번식에 성공했고, 이후 플로리다 퓨마 개체수는 230마리까지 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유전적 오염이고, 달리 보면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길이었죠. 그 결과 잡종들은 순종에 비해 생존율이 3배 이상 오르게 됩니다. 물론 앞서 나타났던 신체 기형문제도 대폭 감소하죠. 이렇게 성공하는 듯 보이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복병들이 나타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식지 소실과 파편화가 가속화되는 것이죠. 우리에게도 유명한 휴양지인 플로리다에서는 각종 개발사업과 도로 건설이 주된 문제입니다.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확인된 25마리 사체 중 80%에 해당하는 20마리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전체 10%가 사라진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매년 27%가 로드킬 당한다면 멸종확률은 10%가 상승한답니다. 특히 수컷들이 교통사고에 취약한데, 수가 늘어나는 만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수컷들이 죽음으로서 서식지 고립 문제와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밖에도 퓨마와 밥캣에게만 나타나는 신종 '척수마비' 질환이 보입니다. 2017년 최초로 확인된 이 질병은 현재까지 58마리의 밥캣과 퓨마에게서 나타나는데 문제는 아직까지 그 원인을 모릅니다. 척수마비가 나타나면 운동력이 떨어지고 결국 먹이사냥이 어려워 굶어죽게 되죠. 나아가 텍사스에서 데려온 퓨마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열성 유전자가 최근 확인되었습니다. 유전적 다양성 확보에서는 도움이 되었으나 여전히 남은 근친교배 문제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열성유전자 발현 문제를 부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처럼 생물학적 요소에 대한 고려와 함께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항상 고민해야 하기에 멸종위기종 복원과 보전은 언제나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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