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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필수' 전기 강판 수급에 경고등 켜진 현대차그룹...태풍 후폭풍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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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필수' 전기 강판 수급에 경고등 켜진 현대차그룹...태풍 후폭풍 거세다

입력
2022.09.19 05:00
수정
2022.09.19 17: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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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국내 유일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전기강판 대책 논의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전기 모터 피해 우려
포스코 "이달 말부터 전기강판 생산 재개" 강조
현장에선 "제작 공정 어려워 수율 걱정" 우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와 기아 본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와 기아 본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사상 최대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현대자동차 그룹의 전기차 속 전기 모터 생산에 꼭 필요한 전기 강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전기강판 문제까지 더해지면 내년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전기강판 수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포항제철소 생산 재개 지연에 대비한 특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무엇보다 스테인리스(연료탱크·배기구 소재), 선재(서스펜션·변속기·엔진밸브 소재), 전기강판(전기차·하이브리드 전기모터 소재) 등 특수강 수급 관련 논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차체에 들어가는 강판을 1, 2개월, 특수강의 경우 3, 4개월치 물량을 확보했지만, 최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친환경차 전기 모터 만드는 전기강판…포항제8철소에서만 생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적용된 후륜모터 시스템에는 포스코의 전기강판이 쓰인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적용된 후륜모터 시스템에는 포스코의 전기강판이 쓰인다. 현대차그룹 제공


이번 태풍 피해 이후에도 자동차 몸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강판 수급은 아직 문제가 없다. 현대제철로부터 85%,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15%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포항제철소에서만 만드는 전기강판이다. 특히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자기적 특성을 나타내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구동 모터에 쓰이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태풍 피해가 가장 심했던 압연 라인의 전기강판 공장에서만 생산한다. 광양제철소는 4월 전기강판 공장을 착공, 2025년에나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아직 전기강판을 만들지 못한다. 스테인리스, 선재 등은 현대제철에서도 생산하고 있어, 대체 수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적용된 전륜모터 시스템에는 포스코의 전기강판이 사용된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적용된 전륜모터 시스템에는 포스코의 전기강판이 사용된다. 현대차그룹 제공


포스코는 △9월 말까지 1냉연·2전기강판 공장 △10월 중으로 1열연과 2·3후판 공장 △11월 중으로 1·4선재와 2냉연 공장 △12월 초 3선재와 스테인리스 2냉연·2열연 공장 등을 차례로 재가동하는 '포항제철소 제품별 생산 재개 세부계획안'을 내놓았다. 계획대로면 전기강판은 이달 말부터 다시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포스코의 시간표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현대차그룹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부품에 들어가는 특수강은 현대제철도 만들지만 전기강판은 생산하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일본이나 다른 나라 제철소서 전기강판을 사오거나 전기 모터를 다른 부품업체로부터 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강판 공장 재설치 완료해도 이달 말 정상생산 어려울 듯

지난 6일 새벽 시간당 110㎜ 폭우로 침수된 포항제철소 현장 모습. 포스코 제공

지난 6일 새벽 시간당 110㎜ 폭우로 침수된 포항제철소 현장 모습.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현장에서도 이달 말 전기강판 생산이 100% 재개될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시선들이 있다. 공장 시설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기존 수율(정상제품 생산 비중)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열간 압연을 거친 강판을 녹 제거, 냉간 압연, 열처리, 절연 코팅 등으로 진행되는 제작 공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강판을 만드는 냉간 압연 공정에 쓰이는 고출력 모터를 다 뜯어서 말리고 고쳐서 다시 설치한다"며 "모든 공정 설비를 재조립하는 것이 공장을 새로 짓는 것보다 힘들고 제품 수율을 정상으로 맞추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포항제철소 생산 재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서 공표한대로 이달 말 전기강판 공장 재가동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현대차그룹 측과도 스테인리스, 선재 관련 이야기를 진행 중이지만, 전기강판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부가 '친환경차' 생산 차질 시 실적도 비상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6'.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6'. 현대차 제공


하지만 전기강판 생산 문제가 길어지면 현대차·기아의 내년 실적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친환경차는 올 2분기 현대차·기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친환경차는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100만~1,500만 원가량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현대차·기아가 부족한 반도체를 전기차,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데 우선 공급한 것도, 친환경차 수익성이 내연기관차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금도 15~20개월 걸리는 친환경차 생산 대기가 길어지기라도 하면 고객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은 내년 상반기면 정상화가 예상되지만 강판 수급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면서 내년 실적 전망이 녹록지 않다"며 "특히 친환경차가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경유차를 대체해 가고 있어 해법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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