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새마을금고 제보 공개
모욕, 술자리 강요 등 제보 쇄도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과수원을 하는데 주말에 직원들에게 과일 따는 일을 요구합니다. 강요는 아니라고 하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휴일근무수당도 없이 과수원에 가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 직원 A씨
여성 직원에게만 밥 짓기와 빨래, 설거지를 시켜 논란에 휩싸인 새마을금고에서 또 다른 직장 내 갑질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상급자의 요구로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하거나, 폭언과 모욕, 술자리 강요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문제가 된 전북 동남원새마을금고 특별근로감독을 마친 뒤 전국 새마을금고 전반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8일 새마을금고 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제보를 공개했다. 동남원새마을금고에서 성차별적 갑질, 폭언 등 괴롭힘이 드러난 후 전국에서 들어온 제보다.
직장갑질119가 접수한 제보에 따르면 일부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사장의 사적 용무를 위해 동원되고 있다. B씨는 "이사장 및 이사의 친인척들과 함께 근무하는데, 같이 일하는 이사장 자녀의 결혼식 청첩장을 접으라며 야근을 시킨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친인척에게만 승진 등 인사, 연차 사용 시 특혜를 주고 일반 직원에게는 성희롱, 연차 사용 제한, 육아휴직자 승진 배제, 화장실 청소 강요 등 갑질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회식이나 워크숍에서 술을 강요하고 폭언이나 모욕을 일삼는 사례도 있었다. 새마을금고 직원 C씨는 "제주도로 반강제 워크숍을 가면 3일 내내 술을 먹고 원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도 술을 강요한다"면서 "밤에 잘 준비를 하는 여직원을 불러내 술자리에 참석시키고, 성희롱 발언이나 외모 비하 발언도 한다"고 전했다. D씨는 "이사장과 상무 등이 고객이 많은 객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야단을 치고, 반말을 하거나 호칭이 있음에도 나를 '걔'라고 부른다"면서 "인사를 해도 받지 않고 무시한다"고 털어놓았다.
직장갑질119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가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매년 지점과 관계없이 갑질 문제가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 대표인 권두섭 변호사는 "새마을금고 조직문화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면서 "드러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전수조사, 실질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예방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새마을금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6일부터 진행 중인 동남원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금융권 전반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은 조직문화에서 비롯돼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새마을금고도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동남원새마을금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조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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