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강몽땅 축제, 밤도깨비 야시장 기획자
가장 젊은 도시 세종은 가운데로 모이는 구조
지역 축제, 콘텐츠·기획력 없으면 예산만 축내
"도시 위상 걸맞은 시민 참여형 축제 보여줄 것"
국내 지역 축제는 대부분 10월에 열린다. 봄 축제가 주로 꽃을 주제로 한다면, 가을 축제는 지역 문화가 기반이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와 지자체의 기획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예산만 축내는 동네 잔치에 그치기 일쑤다.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을까. 내달 예정된 세종축제를 준비 중인 윤성진(54) 총감독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16일 한국일보와 만나 “다른 축제는 몰라도, 세종축제는 한국의 대표 축제는 물론 글로벌 축제를 지향해야 한다"며 "이름값 하는 축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축제는 10월 7일부터 나흘간 세종호수공원과 세종중앙공원, 금강보행교에서 열린다. 세종시 출범 직후 2013년부터 매년 열린 행사로 올해로 여덟 번째다. 윤 감독은 세종시문화재단이 영입한 문화예술 전문기획자다. 7년간 총감독으로 서울 한강몽땅축제와 밤도깨비 야시장을 기획해 서울의 대표 볼거리로 안착시킨, 검증된 인물이다.
하지만 특색 없는 축제로 평가받던 세종축제가 감독 한 명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을까. 윤 감독은 “서울이나 부산에서 열리는 축제라면 쉽지 않았겠지만, 세종시에서 펼쳐지는 축제라서 가능하다”며 “3~5년 뒤에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축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2027년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이 들어서는 등 세종이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 잡았을 때, 도시 위상에 걸맞은 대한민국 대표 축제가 돼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윤 감독이 이처럼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축제 장소인 세종시의 독특함 때문이다. 세종은 도시 규모가 아주 크지 않고, 호수공원 등 대규모 녹지를 중심에 놓고 원형으로 주거지가 들어선 계획도시다. 그는 “대도시에선 축제가 여러 개로 분산돼 있어 하나의 대표 축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세종에선 모두가 가운데로 모이기만 하면 참여할 수 있어 대표 축제를 만들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멋진 곳에서 축제가 열려도 콘텐츠가 부실하면 소문난 잔치에 그칠 수 있다. 윤 감독의 고민은 세종이 젊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기준 전국 평균 연령이 43.7세에 달하지만, 세종시는 37.7세로 가장 젊은 도시다. “광역시도 가운데 세종시가 유일한 30대 도시입니다. 젊은 데다 교육·소득 수준까지 높아요. 놀거리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녹지와 도서관을 제외하면 특별한 거리가 없어 머리가 아팠죠.”
윤 감독은 결국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시민참여형 플랫폼 축제를 기획했다. 그는 “단순히 관람하는 축제로는 시민들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지속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플랫폼 축제는 우리가 큰 주제를 정하면 그 방향에 맞춰 시민들이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 기관과 단체에서 자신들의 특기를 살린 프로그램을 하나의 모듈 프로젝트로 준비해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흘간 열리는 전체 축제 프로그램의 25%에선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다. 자체 예산이 투입되지 않은 ‘연계 협력 프로그램’도 전체 프로그램의 30%에 달한다. 세종테크노파크의 과학집현전, 세종청년센터의 조치원 프린지 등이 대표적인 협업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이 참여하면 콘텐츠 경쟁력이 강해질 뿐 아니라, 또 다른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다는 게 윤 감독 설명이다. “지자체나 기관에서 주도하면 축제를 대행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축제 노하우가 축적되기 힘든 구조가 되는 거죠. 그렇지만 시민들이 축제를 기획하고 주도하면 그 역량이 고스란히 쌓입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멋을 더하는 축제,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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