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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들여 만든 홍수지도에 '포항 냉천'은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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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0억 들여 만든 홍수지도에 '포항 냉천'은 빠져 있었다

입력
2022.09.21 04:30
수정
2022.09.21 09: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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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하천범람지도 확인해 보니]
포항선 형산강 하류 쪽만 위험지역 표시
주차장 사고 난 냉천은 위험 표시 안 돼
환경부 "상상할 수 없는 비에 불가항력"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옆 공장 지반이 유실되면서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옆 공장 지반이 유실되면서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0억 원을 들여 제방 붕괴나 하천 월류(越流) 가능성을 알리는 홍수 위험지도를 만들었지만, 정작 냉천의 범람으로 주차장이 침수된 경북 포항시 아파트는 이 지도에 ‘위험지역’으로 표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냉천을 ‘홍수 발생 가능지역’으로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생활안전지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 중인 하천 범람지도에는 이번에 주차장 사망 사고가 난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 주변이 예상 침수지역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평소 유량이 적은 냉천은 이달 6일 태풍 힌남노 내습에 따른 집중호우 탓에 물이 불어 범람했고, 제방에서 불과 20m 거리에 있는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 쪽으로 물이 흘러가면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겼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3년 낙동강 권역 홍수 위험지도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총 209억 원을 들여 전국 하천 3,578곳의 침수 예상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구축했다. 정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3월부터 홍수 위험지도 정보시스템(www.floodmap.go.kr) 서비스를 시작했다. 환경부에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하천범람지도는 국가하천 형산강 유역의 경우 홍수 시 몇몇 주거단지가 2~5m가량 잠기는 ‘침수 4등급’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해 놓았다(사진 왼쪽 보라색 부분). 그러나 지방하천인 포항 냉천 유역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인명사고가 났던 아파트단지(붉은색 네모) 등 나머지 모든 곳을 '범람 없는 지역'으로 예상해 놓았다(오른쪽). 사진 행안부의 생활안전지도를 통해 대국민서비스 중인 하천범람지도 화면 캡처

현재 하천범람지도는 국가하천 형산강 유역의 경우 홍수 시 몇몇 주거단지가 2~5m가량 잠기는 ‘침수 4등급’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해 놓았다(사진 왼쪽 보라색 부분). 그러나 지방하천인 포항 냉천 유역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인명사고가 났던 아파트단지(붉은색 네모) 등 나머지 모든 곳을 '범람 없는 지역'으로 예상해 놓았다(오른쪽). 사진 행안부의 생활안전지도를 통해 대국민서비스 중인 하천범람지도 화면 캡처

이 지도를 보면 포항 일대에서는 연일읍·대송면 일부 지역, 포항남부경찰서 인근 저지대 등 형산강(국가하천) 하류 지역 정도만 주요한 위험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인 냉천의 경우 하류의 포항 남구보건소 주변 일부만 0.5m 미만(1등급) 또는 0.5~1m(2등급)가 잠기는 지역으로 예측됐을 뿐 나머지 모든 곳은 범람 가능성이 표시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이 위험지역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피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환경부 보도자료)고 했지만, 정작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지역의 위험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냉천이 하천 범람지도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냉천의 범람지도는 80년에 1번 일어날 홍수의 유량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그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수위가 현재의 제방 높이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돼 예상 침수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로 인명사고가 났던 포항 남구 인덕동의 아파트 단지(붉은색 네모)가 하천범람지도의 '예상침수범위'에서 벗어난 채로 표출돼 있다. 정부는 20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하천범람지도(홍수위험지도)’를 만들어 침수예상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막대한 폭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냉천 일대의 범람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의 생활안전지도를 통해 대국민서비스 중인 하천범람지도 화면 캡처

지난 6일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로 인명사고가 났던 포항 남구 인덕동의 아파트 단지(붉은색 네모)가 하천범람지도의 '예상침수범위'에서 벗어난 채로 표출돼 있다. 정부는 20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하천범람지도(홍수위험지도)’를 만들어 침수예상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막대한 폭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냉천 일대의 범람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의 생활안전지도를 통해 대국민서비스 중인 하천범람지도 화면 캡처


당시 포항에 내린 비가 시간당 110㎜에 이르러 냉천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시간당 77㎜)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정부 해명도 어느 정도 수긍할 부분은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홍수에 가장 취약했던 지역을 예상하지 못해 사전에 경고를 주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천준호 의원은 "정부가 제공하는 위험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것은 재해 대응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정보 제공 역할을 맡은) 행안부도 단순히 환경부 자료를 취합하는 수준이 아니라, 홍수위험지도를 포함한 생활안전지도의 신뢰도에 대한 심층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르는 기상이변을 고려하면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현행 방재 대책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비가 내리는 사례가 계속돼 앞으로 지방하천 설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냉천 기본계획도 수백 년 빈도의 대홍수를 대비하는 쪽으로 전면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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