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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취하하면 수사 처벌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누가 주장했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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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취하하면 수사 처벌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누가 주장했나 보니

입력
2022.09.19 13:30
수정
2022.09.1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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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 입법 당시 국회 회의록 보니
법무부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게 스토킹"
경찰청 "스토킹 범죄, 사적으로 해결할 부분도 있어"
피해 우려하던 의원들도 2차 회의서 반박 없이 통과

1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역무원 스토킹 피살사건 추모공간에서 추모를 하던 시민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역무원 스토킹 피살사건 추모공간에서 추모를 하던 시민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법무부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뒤늦게 '스토킹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검토에 나섰지만, 애초 입법 과정에서는 이 조항을 강하게 주장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입법 논의 초반, 해당 상임위 위원 중 일부가 우려를 표했지만 정작 해당 조항을 검토하는 2차 회의에서는 큰 이견 없이 해당 조항이 합의됐다.

19일 본보가 지난해 3월 스토킹처벌법 입법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정부는 줄곧 스토킹처벌법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주장했다. 소위에 참석한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은 이 법의 처벌 방향을 묻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정부안은 반의사불벌죄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스토킹처벌법 입법 당시 여성계에선 이 규정의 경우 사건 초기 수사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되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다고 정부안을 강하게 질타해왔다.

정부안에 대해 당시 회의에서 여러 의원들이 지적에 나섰다. 김도읍 의원은 "이런 죄들은 특성상 고소 특례를 해놓으면 피해자들이 더 위축되고 추가 위해를 가할 수가 있다"며 "구속이 안 되면 고소 취하하라는 둥 처벌불원 의사 표시하라는 둥 계속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 범죄하고 똑같이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굳이 고소에 관한 특례를 규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거듭된 위원들의 지적에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굳이 이런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반의사불법죄'안이 관철됐다.

소위 회의에서는 이 둘을 구분해 '스토킹 행위'로 피해자가 발생하면 경찰이 보호조치를 우선 취하고, 경찰의 서면 경고 등으로 '범죄' 요건이 성립되면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자는 의견이 앞섰다. 난상토론 중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경찰청 입장을 물었고,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보호조치 등) 행정작용을 위해서 하는 부분하고 처벌을 좀 구분하는 부분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처벌은) 반의사불벌죄를 통해서 사후에 정리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정부 원안대로 입법화에 대해 (하자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2차피해 우려에 경찰청 "처벌 불원서 써주면서 오지 마라 할 수도"

지난해 3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3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작 이 조항(18조 3항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을 의논한 지난해 3월 24일 2차 소회의에서는 큰 이견 없이 '반의사불벌죄'가 통과됐다. 이용구 차관은 "정의 자체가 스토킹이 본인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접근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회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피해자의 의사에 기초해서 처벌도 이뤄져야 된다는 그런 일관성 때문에 반의사불벌죄로 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도 "처벌불원서 써 주면서 '다시는 나한테 오지 마라' 이렇게 약간 사적으로 해결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부분이 스토킹범죄의 특성에 맞지 않는가, 저희들도 (반의사불벌죄)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송민헌 차장)고 맞장구쳤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우리가 제정법을 만들 때는 항상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서 일단 가장 제한적으로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반의사불벌죄로 하고 혹시 그 이후에 처벌불원의사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적 논란이 새로 제기된다고 그럴 때 다시 한 번 그때 개정 논의를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고 답했고 이에 백혜련 소위원장은 "반의사불벌죄로, 일단 정부안대로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정리했다.

여성계는 '뒷북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철회된다. 이 때문에 스토커들이 계속 피해자를 쫓아다니면서 합의를 종용하며 협박한다는 얘기는 입법할 때부터 얘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1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논의 때부터 '반의사불벌죄는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도 당시 법무부가 강행했었고, 국회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채로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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