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손흥민 사과문 양식'
'언론이 그가 끝났다고 믿게 했다' 등 6개 항목 나열
그간 英 언론들 '손흥민 선발 출전' 여부 집요한 보도
결국 손흥민 '해트트릭' 기록하자..."의심하지 말라"
"이로써 손흥민을 존중할 것이며 미래 발롱도르 수상자를 비판하지 않겠습니다."
후반 30분간 경기를 뛰며 해트트릭을 기록, 완벽하게 부활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30)에 축구팬들이 사과하고 나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경기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2경기를 치를 동안 손흥민이 무득점으로 저조하자 일제히 비난하며 의심했던 것에 대한 사과다. 아울러 팬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손흥민 벤치행'을 외쳐댔던 영국 언론의 태도도 은근히 저격했다.
17일(현지시간)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손흥민, 어폴로지 폼(Heung-Min Son Apology Form)'이라는 사과문 양식이 게재됐다. 손흥민이 이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2022-23시즌 EPL 8라운드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팀을 6대 2 대승을 하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 사과문 양식을 올린 팬은 '기입해달라'며 손흥민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전했다.
흥미로운 건 손흥민에게 미안한 이유를 든 대목이다. 총 6개의 항목을 만들어 체크하도록 돼 있는데, 첫 번째 나온 항목이 '언론이 그가 끝났다고 믿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영국 현지 매체들이 손흥민이 예전 같지 않다며 그의 선발 출전 여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이 리그의 한두 경기를 치른 뒤부터 본격적으로 소위 '까기' 시작했다. 경기 전후 진행되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을 선발 출전시킬 것인가", "히샤를리송과 대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손흥민에 대해 지나치게 비난을 가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불식시킨 건 바로 손흥민 자신이다. 그는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후반 59분께 선발 출전했던 히샤를리송과 교체됐다. 애초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나선 지 13분 만에 이른바 '손흥민 존(페널티 박스 좌우 45도)'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원더골로 시즌 1호골을 기록했다. 이후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멀티골을 만들며 스스로 '골 가뭄'을 해결했다. 멀티골을 넣은 지 몇 분 만에 레스터시티의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고 성공한 해트트릭으로 멋진 드라마까지 썼다.
그래서 팬들은 언론에 의해 '손흥민 선발 제외'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것을 표현하며 사과문 양식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항목에는 '솔직히 경기를 보지 않았다' '축구를 잘 모른다' '질투했다' '스탯(경기에서 선수의 능력 수준을 수치로 나타낸 것)만 봤다' 등이 나열됐다. 해당하는 곳에 체크하도록 돼 있다. 마지막에는 '이로써 손흥민을 존중할 것이며 미래 발롱도르 수상자를 비판하지 않겠다'는 항목에도 체크하도록 했다.
해외 축구팬들은 이에 댓글로 답했다. 한 팬(ro****)은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작성해야 한다"며 손흥민을 비판했던 것을 미안해했다. 또 다른 팬(be*****)은 "작년에 비해 전술이 이상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손흥민이 경기 후 팀 최악의 선수였다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썼다. 지난해 부진했던 케인의 경기력과 비교하며 "그는 벤치에 앉지 않았다"고 손흥민을 두둔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英 언론들의 '손흥민 까기' 집착
'손흥민 사과 양식'에서 언론에 의해 손흥민을 의심했다는 팬들의 반성은 괜한 게 아니다. 이런 분위기는 토트넘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2차전인 스포르팅과의 리스본 원정 패배 후 짙어졌다. 영국 언론은 토트넘이 2대 0으로 대패한 원인을 손흥민에게 풀며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면서 영국 언론은 레스터시티와 경기를 앞두고 열린 콘테 감독의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손흥민 흔들기'에 돌입했다. 한 영국 기자는 대놓고 "이전에 당신은 손흥민이 선발에서 빠질 수 없는(undroppable) 선수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대로인가. 데얀 쿨루셉스키와 히샤를리송도 선발로 나가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질문했다. 집요하게 손흥민의 선발 출전 여부를 놓고 '흔들기'를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콘테 감독은 "선발에서 빠지지 않는 선수는 없다"며 선수들이 부상을 피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발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영국 언론들은 콘테 감독의 발언을 '손흥민의 선발 제외 가능성'에 포커스를 맞춰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 미러는 "콘테 감독이 손흥민의 '선발 제외 불가'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고 보도했고, 스카이스포츠도 "콘테 감독이 스포르팅 패배 후 토트넘에 불을 당길 방법은, 손흥민 선발 제외부터 비수마와 스펜스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축구 전설들은 이런 비판에 날을 세웠다. 최근 영국 BT스포츠 방송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리오 퍼디낸드와 리버풀 레전드로 불리는 마이클 오언은 '선발에서 손흥민을 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신성모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퍼디낸드는 "최근 몇 경기에서 골이 없다고 선발에서 빼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다니"라며 "작년 8월부터 해리 케인이 한참 골에 침묵했을 때 선발에서 빼자고 했었나"라고 지적했다.
케인은 지난해 2021-22시즌 초반 맨체스터 시티로의 이적 문제로 인해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등 이른바 '태업' 사태를 일으켰다. 당시 케인은 13경기를 치를 동안 1골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그를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퍼디낸드는 이를 거론하며 언론 등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활약에 현지 언론들도 꼬리를 내렸다. BBC는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하자마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심하지 말라(Never in doubt)"고 글을 올렸다.
또한 BBC는 EPL 8라운드를 종합해 가장 활약이 좋았던 선수 11명을 선정한 '이 주의 팀'에 손흥민을 포함시켰다. 3-4-3 포메이션이라는 가정하에 손흥민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세운 것이다. 그는 11골로 리그 득점 1위에 오른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가브리엘 제수스(아스널)와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BBC는 "손흥민은 13분 만에 골을 넣었다. 그는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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