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지켜본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
직위해제 후 초라한 행색에 이유 없이 웃어
부쩍 술에 의존... "하루에 두 번 구입하기도"
"아들 연락 안 된다" 부친 신고로 소방 출동
“집 앞에 매일 소주병이 1, 2병씩 나와 있었고, 요 몇 달간은 히죽히죽 웃고 다니더라고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의 이웃 A씨의 말이다. 18, 19일 전주환의 거주지인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다른 주민들의 증언도 대체로 비슷했다. 그는 원래 술을 자주 마시는 것 외엔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음주 횟수가 잦아지더니 실없이 웃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이웃들에 따르면 전주환은 3, 4년 전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당시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70대 주민 B씨는 “무뚝뚝하긴 했지만 가끔 마주치면 가볍게 목례 정도는 했다”고 떠올렸다. 전주환 부모도 가끔 아들 집을 찾았다. 그는 “부모도 이웃을 보면 예의 바르게 인사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17일 경찰이 전주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나서야 그가 살인 피의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B씨는 “경찰관이 5명이나 왔길래 들여다봤더니 3명은 밖을 지키고 2명은 그 사람(전주환)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상자 몇 개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맞은편 건물에 사는 중년 남성 C씨도 “그 청년이 범인이라는 걸 뒤늦게 듣고 깜짝 놀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주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쩍 술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그해 10월 피해자 A(28)씨로부터 첫 고소(7일)를 당하고, 직장(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해제(13일)된 시기와 겹친다. 인근 가게 직원도 ‘단골손님’ 전주환을 또렷이 기억했다. 직원 D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소주와 맥주를 함께 사 갔다”면서 “걸음걸이만 봐도 취한 게 분명했고, 술 냄새도 심하게 풍겼다”고 증언했다. 술을 사러 하루에 두 번이나 들른 적도 많았다. 결제는 일반 신용카드와 ‘서울교통공사’가 적힌 카드를 번갈아 썼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엔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해 전주환의 집 문을 강제 개방하고 들어가는 소동도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는데, 문을 열어보니 방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직위해제 후 술에 더욱 집착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즈음 전주환의 행색도 몰라보게 남루해졌다. D씨는 “처음엔 머리에 왁스 같은 것도 바르고 단정했는데, 점점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다녔다”고 했다.
주민들은 한 달 전 한밤중에 일어난 해프닝 당시 전주환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동네 아저씨 한 명이 술을 먹고 소란을 피우다가 다쳐 얼굴에 피를 흘리는 바람에 소방차가 오고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며 “주민들은 아저씨를 걱정하는데, 그 사람(전주환)만 담배를 문 채 히죽거렸다”고 했다. B씨도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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