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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가 지루한 진실보다 6배 빠르게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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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가 지루한 진실보다 6배 빠르게 퍼진다"

입력
2022.09.21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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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 강연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거짓말을 반복하면 팩트(사실)가 됩니다. 조작된 알고리즘으로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2년 안에 민주주의가 와해될 것입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의 공포 정치와 언론 탄압에 맞서 온 기자 마리아 레사(59)가 한국을 찾았다. 필리핀 온라인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이 공로로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가짜뉴스의 범람이 필리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기 요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언론 지형을 "정보기술(IT) 업체가 게이트키퍼가 됐고, 이들의 룰대로 정보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며 "콘텐츠와 유통이 분리되면서 돈과 권력을 이용해 여론을 조종하고 조작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게이트키핑을 할 때와 달리, SNS는 진실보다는 분노와 혐오로 점철된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 거짓말이 지루한 진실보다 6배나 빨리 유통된다"며 "래플러는 26개의 가짜 계정이 300만 개의 진짜 계정에 영향을 주는 일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레사 역시 SNS를 통한 '정보 공작'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두테르테 정권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일삼은 초법적 권력 남용을 비판해 왔고, 이후 50만 건이 넘는 조직적인 온라인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인신 공격성 게시물부터 가짜 뉴스까지 방법도 다양했다. 두테르테 정권은 동시에 레사를 사이버 명예훼손 등 여러 혐의로 기소했다. 필리핀은 올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레사는 "두테르테 정권은 래플러 기자가 대통령과 한자리에 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지만 지금 마르코스 주니어가 참석한 뉴욕 유엔총회에 래플러 기자가 가 있다는 건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마르코스 주니어가 기성 미디어를 상대하지 않고 자기만의 인플루언서 그룹을 만들어 여론전을 펼친 점은 (언론 정책의) 후퇴"라고 꼬집었다.

레사는 "정보 공작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팩트를 공격해서 사람들이 진실이 없다고 생각하면 서로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러면 기후변화, 코로나와 같은 공동체의 문제에 대응할 수 없고 민주주의 근간도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30개 이상 국가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2024년에는 비민주적인 지도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리아 레사는 196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났다. 필리핀 딜리만대와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했다. 마닐라 지국장 등 CNN 기자로 일하다 래플러를 창간했다. 2018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과 2019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2020년에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천 개의 상흔'이 제작됐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두테르테 정권의 폭압을 고발하며 "우리 눈앞에 민주주의가 천 개의 상흔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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