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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과의 신통상협력 방향

입력
2022.09.21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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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RCEP 경제장관회의'가 17일 캄보디아에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제1차 RCEP 경제장관회의'가 17일 캄보디아에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999년 캄보디아의 가입으로 10개국 연합체로 부상한 아세안(ASEAN)은 2015년 말 상품, 서비스, 투자뿐 아니라 자본,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토대로 6억6,000만 명 인구의 경제공동체로 출범했다. 이후 아세안을 둘러싼 한, 중, 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모두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인도가 빠진 15개국이 모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10년간 협상과 비준을 거쳐 우리나라도 올해 2월 발효했다.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수출은 작년 1,08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31.9% 증가세를 보였다. 기술력과 한류 등을 기반으로 우리 제품의 경쟁력과 선호도 증가와 함께 특정지역 공급망 의존도 개선과 교역 다변화를 위해 아세안에 적극 투자한 덕분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3월부터 아이오닉 전기차 등을 생산하고, LG에너지솔루션 컨소시엄은 풍부한 니켈 등을 활용하여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바일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OLED 공장 증설 등 투자를 확대 중이다. 그 밖에 많은 기업들이 아세안 투자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 간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 캄보디아에서 아세안 주관 경제장관회의와 첫 번째 RCEP 장관회의가 열렸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미·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열한 대화의 장이 펼쳐졌다. 중국의 일대일로, 일본의 고급 인프라투자, 미국 인태전략 등의 각축장인 아세안은 우리에게도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RCEP를 거쳐 주요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IPEF를 출범한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신통상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첫째, 한·아세안 간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철강, 화학 등 핵심산업과 미래차·배터리 등 신산업에 더해 희소금속 등 공급망 협력을 확대한다. 둘째,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 협력이다.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국경 없는 무역기반 조성을 위해 디지털 규범 형성과 무역역량 증진 확대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셋째, 기후변화 협력이다. 우리나라는 전 회원국이 파리협정 당사국인 아세안과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공동 R&D, 에너지인프라 개선 등에 더해 수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에너지 분야로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세안은 종교적·정치적 체계뿐만 아니라 경제적 특성도 다양하다.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으면서 영어를 공식 비즈니스 언어로 채택할 만큼 개방된 사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아세안의 다양성, 중심성과 단결성은 여전히 이웃 국가들과 역사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북아 지역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굳건한 한국과 아세안 간 산업통상협력관계가 글로벌 신통상질서 구축에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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