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조연설에서 北 언급 없던 것과 달리
사무총장에게 '담대한 구상' 재차 강조 설명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이 더 나은 길을 선택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국제금융기구와 동북아까지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데뷔 무대인 기조연설에서 북한 이슈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북핵’ 이슈를 꺼내들었다. 윤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제안 이후 북한이 보인 부정적 반응을 의식해 기조연설이라는 국제무대보다 유엔 사무총장과의 자리에서 대북 전략을 소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 사무국에서 25분가량 진행된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면담에서 “북한의 완전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한반도 지속가능한 평화의 노력을 사무총장께서 지지해 주신데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그동안 닫힌 문을 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한반도가 노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윤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추가 핵도발을 감행할 때는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총장님께서 지속적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면담 직전 오찬을 함께한 김용 전 세계은행(WB) 총재와도 “북한은 비핵화와 함께 개방화된 시도를 할 때 금융기구와 국제기관의 조력이 전폭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북한’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 유린’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북한을 겨냥했을 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로선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굳이 전 세계가 집중하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설파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언급한 직후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미 담대한 구상을 제시한 상태에서 긴 호흡으로 북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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