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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응원한 밴쿠버의 우리 가락

입력
2022.09.25 12: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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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대한민국이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K컬처가 현지문화와 융합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현장을 지키는 해외문화홍보원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악단광칠 공연. 신난 관객들과 함께. 한국문화원 제공

악단광칠 공연. 신난 관객들과 함께. 한국문화원 제공

한국에서 퓨전 국악밴드로 유명한 악단광칠(ADG7·단장 김약대). 올해 초 이 밴드가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캐나다 한국문화원 초청 공연을 3년 만에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도착할 때부터 큰 문제가 생겼다. 악기를 포함해서 수하물 총 19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19로 공항의 모든 업무가 그동안 마비된 탓일까? 어렵게 수하물 1개를 찾았지만 나머지 짐들은 어디에 있는지 행방조차 알 수 없다는 게 공항 측 답변이었다. 악단광칠팀은 물론이고 행사를 지원할 캐나다문화원 직원들은 눈앞이 캄캄했다. 악단광칠팀은 부랴부랴 의상과 메이크업 도구를 현지 매장에서 긴급 구매했다. 전통악기는 공관과 문화원 직원들이 미주지역 한인단체를 수소문해 겨우 확보했다. '007 작전'이나 다름없는 총력 대응 끝에 다행히 모든 장비를 갖춰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류 공연단 방문 때 벌어진 소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북 도립국악원' 공연팀은 환승 항공편을 통째로 놓쳐 다른 비행기를 잡아야 했다. 한국 전통음악에 재즈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한 트리오 '신노이' 공연 때는 밴쿠버 제리코의 해변 무대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30분 늦게 막을 올리기도 했다. 6인조 보이그룹 'P1Harmony' 초청 팬 행사는 1초 만에 온라인 예약이 마감되는 바람에, 예약 못 한 팬들의 민원으로 문화원 직원들이 며칠간 애를 먹기도 했다.

캐나다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한국문화원은 한류를 전파하는 공연을 진행하고 지원한다. 공연이 성공하려면 보이지 않게 땀과 눈물을 흘린 문화원 직원들의 수고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공연 하나를 무대에 제대로 올리려면 시차를 극복하며 한밤중에 한국의 공연 기획사, 공연팀과 초기 단계부터 직접 무대구성을 협의해야 한다. 공연이 이뤄질 현지에서는 숙소·버스업체를 찾고, 무대장비와 조명을 설치하고, 공연팀이 뭘 먹으면 좋을지, 대기실에는 뭐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수급하는 것 모두가 문화원 직원들의 임무다. 복잡한 준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과다한 요구에 속도 상하고, 사소한 시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여러 당사자들의 갈등 중재에 애를 먹거나, 공연팀을 태운 버스 기사가 제때 오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외국 관객들이 우리 문화의 정수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준비 과정의 애로는 한순간에 씻겨 나간다.

실제로 한류 공연의 진정한 묘미는 관객 반응이다. K컬처 위상이 높아질수록 우리 문화의 인류애적 보편성에 공감하는 현지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악단광칠의 신명나는 굿가락이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던 순간이 특히 기억난다. 황해도굿과 서도민요가 결합한 우리 가락에 맞춰 캐나다 관객들이 춤을 추던 때였는데, 악단광칠은 때맞춰 우크라이나 민요를 편곡한 곡을 들려주었다. 제국주의 침략을 당한 한국의 아픈 과거와 우크라이나의 처지에 모두 공감하며, 캐나다 시민들이 흘린 눈물은 한류가 평화를 원하는 세계시민의 연대의 도구임을 보여줬다.

이런 감동은 외국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문화원 직원들이 누리는 특권이다. 국립국악원의 한복을 입은 아름다운 자태의 전통무용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천사를 봤다는 캐나다 어린이, 리허설 중 '신노이' 노래를 듣고는 본인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 리허설부터 공연 끝날 때까지 장장 4시간을 무대 앞을 지키던 캐나다 할머니 등은 언제나 우리를 감동시킨다. 해외에서 우리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이처럼 관객들의 호흡과 현장의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캐나다에 한국 문화를 전파한다는 사명감과 프로의식은 캐나다에서 진행되는 한국공연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오늘도 우리 문화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성은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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