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정부의 섣부른 경제개입과 정책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처음 샤워할 때 찬물이 나와 급히 뜨거운 물을 틀게 되면 너무 뜨거워 다시 찬물로 바꾸는 것에 빗댔다.
샤워실 바보는 많은 국가의 경제정책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대 미국경제다. 당시 미국은 10%의 고물가를 겪었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통화, 재정정책은 오히려 반대로 갔다. 1974년 13%였던 연방금리를 1975년 5%까지 떨어뜨렸다. 미국경제는 고물가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1980년대 초반은 정책기조를 바꿨다. 1979년 미국 FRB 의장으로 취임한 폴 볼커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단기(?)에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 물가는 잡혔지만 1982년 글로벌 경기침체(recession) 단초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경제가 냉온탕식 정책전환을 경험함에 따라 50년 전 밀턴 프리드만이 지적한 샤워실 바보가 소환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실기했다는 평가가 많다. 확장적 경제정책이 경기과열을 부추겼고 그것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글로벌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며칠 전 세계은행은 향후 글로벌 경제는 추가 충격이나 정책전환으로 리세션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경제가 과열되거나 차가울 때 적절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철 지난 정책은 오히려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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