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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러다 다 죽어요" 청소년도 동물도 기후정의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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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러다 다 죽어요" 청소년도 동물도 기후정의 외쳤다

입력
2022.09.24 19:23
수정
2022.09.25 09:12
0 0

[‘9·24 기후정의행진’, 3년 만에 개최]
기후위기 주제로 3만여 명 모여
청소년, 시민단체, 노조 등 한목소리
빠른 대응 절박 '다이 인(Die-in)' 퍼포먼스도

24일 오후 사단법인전국지역아동협의회 서울특별시협의회 소속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924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강지수 기자

24일 오후 사단법인전국지역아동협의회 서울특별시협의회 소속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924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강지수 기자

“지구 이러다 다 죽어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앞 도로를 행진하던 초등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있는 힘을 다해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다.

이날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는 열린 9ㆍ24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주제로 열린 행진에는 주최측 추산 약 3만5,000명, 경찰추산 1만 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같은 행진에 5,000명이 참여한 것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기후·환경단체와 정당, 노동조합은 물론 다양한 지역과 배경의 시민이 모였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행진에서 도로에 드러눕는 다이 인(Die-in) 퍼포먼스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대응으로는 모두 죽는다'는 메시지를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이날 행진에 모인 참가자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2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죽은 듯이 눕는다'는 의미의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이유진 기자

2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죽은 듯이 눕는다'는 의미의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이유진 기자


고등학생 "학교에서 기후위기 배우고 싶어요"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푸른꿈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이신지 학생이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푸른꿈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이신지 학생이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푸른꿈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이신지 학생은 “우리는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불평등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다양한 재난이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환경ㆍ기후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학교당 환경교사 1명이라는데 대한민국은 전국에 35명밖에 안 된다”는게 이양의 설명이다.

그는 “소수의 학생만 이 문제를 배우고 있다는게 이상하다”며 “학교 교육과정에서 기후위기를 다루어서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40대 가장 "기후위기 피부로 느껴"

김요환(가운데)씨가 24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가족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김요환(가운데)씨가 24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가족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김요환(44)씨는 아내, 어린 세 자녀와 함께 이번 행진에 참여했다. 유기농 농산물을 유통하는 생활협동조합에서 일하는 그는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농부들이 키우던 작물들이 기후문제로 갑자기 죽거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씨는 “도시에 살거나 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이 와 닿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행진을 통해 문제를 더 가깝게 전하고자 행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주거권 활동가 "기후위기는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

24일 오후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만난 레마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강지수 기자

24일 오후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만난 레마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강지수 기자

“기후위기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예요. 2030년에, 2050년에 뭘 하겠다고 외칠게 아닙니다.”

레마(25)씨의 보금자리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다. 8월 폭우가 내렸을 때 그 역시 안전하지 못했다. 하수구를 맨손으로 뚫어 겨우 침수를 막았지만, 하마터면 목숨이 위험할 뻔 했다.

청년 주거문제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운영위원인 그는 “기후위기와 주거권은 뗄레야 뗄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폭우에는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침수로 사망했고, 2018년 기록적 폭염 때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7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레마씨는 “사회적 약자일수록 기후위기는 더욱 힘들다”며 “집을 지을 때 재해 취약성을 꼭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동물도 느껴요

송대근씨가 24일 오후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반려 말 고셔와 함께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송대근씨가 24일 오후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반려 말 고셔와 함께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이날 행진에는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제주시 구좌읍에 사는 송대근(43)씨는 이날 반려 말 ‘고셔’와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 “기후위기가 비단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 환경 그리고 제가 키우는 이 말들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함께 왔다”는게 송씨의 말이다. 방목식 목장을 운영하는 그는 “제주도 곳곳이 개발되면서 말을 키울 곳도 줄어들고, 이로 인해 공장식 축산도 반복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김아리씨가 반려견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이유진 기자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김아리씨가 반려견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이유진 기자

서울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김아리(33)씨도 반려견과 함께 행진에 동참했다. 김씨는 “기온 상승으로 지면이 달궈지면서 강아지가 산책할 때 지면을 밟기 부쩍 힘들어하는 게 느껴진다”며 “기후 변화는 사람뿐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가 느끼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어른으로서 반성”

박종권씨가 24일 오후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천으로 만든 팻말을 들고 기후정의행진을 하고 있다. 강지수 기자.

박종권씨가 24일 오후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천으로 만든 팻말을 들고 기후정의행진을 하고 있다. 강지수 기자.

“우리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어른들도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박종권(71)씨는 검은 상복 차림으로 경남 창원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올해 8월과 9월 한반도를 덮친 물폭탄을 보고 기후위기가 정말 코앞까지 왔다고 절감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그동안 일회용품 안 쓰기, 전기차 사기 등 개인 행동은 많이 해왔지만 이젠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며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하고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김현종 기자
강지수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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