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러시아 천연가스 금수, 추운 겨울 넘기려는 유럽 각국의 분투
중국, 사우디, 인도 등 에너지 강국은 대러 협조로 우회 이익
적자 속 고군분투 한전 지키려면 최소 40% 요금인상 불가피
러시아는 자국 내 풍부한 천연가스를 현재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다가 일부 가스관에 대해 이달 2일부터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 결국 2년 전 MMBtu당 2불에 불과했던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91불까지 45배 상승했다.
유럽의 부자 나라들은 멋진 야경을 제공하던 조명을 끄고, 샤워 시간 및 횟수를 줄이고 옷을 말리는 전기 건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도가 86%에 달하는 오스트리아는 주택 면적에 따라 전기 및 도시가스의 사용 한도를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범칙금을 매기는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영국의 한 전력회사는 신규 고객 및 대용량 고객에 대한 전기 및 도시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은 극장, 영화관, 박물관, 식당, 쇼핑몰에서 에어컨 온도를 27도 이하로 가동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프랑스는 개문 냉방 상점에 범칙금을 부과한다. 몇몇 나라는 도시가스 배급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 독일의 상황이 가장 심각해 보인다. 석탄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를 49%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부족으로 난방 및 온수 공급이 중단되고, 파산위기에 처한 일부 전력회사 및 도시가스회사의 국유화가 추진되고 있다.
한편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특이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중국에 국제 시세의 절반으로 팔고 중국은 이를 다시 유럽에 국제 시세로 팔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물량이 실제로 러시아→중국→유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계약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중국산으로 둔갑하여 유럽으로 넘어가고 있다.
경유차가 많은 유럽은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로부터의 경유 수입을 대폭 줄였다. 그랬더니 중국 및 인도는 러시아에서 국제시세보다 싸게 수입한 석유를 정제하여 만든 경유를 다시 유럽에 높은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다. 경제제재에 나선 유럽은 고통받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러시아에 협력한 나라들은 돈을 벌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에서 석유를 낮은 가격에 수입하여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있다. 반면 자국에서 생산된 석유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 2년 전보다 5배 오른 높은 가격으로 팔면서 돈을 벌고 있다. 이집트는 천연가스 수출을 늘려 돈을 벌기 위해 근무시간 이후 건물의 조명을 끄고 불의 밝기를 낮추면서 천연가스를 절약하고 있다.
러시아에 협력할 수도 없고, 수출할 에너지도 없는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액의 1/3을 차지하는 에너지 때문에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핸드폰 등을 힘겹게 수출하여 번 돈을 에너지를 사오는 데 다 쓰고도 모자란 상황이다. 결국 에너지 위기 상황임을 선포하고, 다른 선진국처럼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에 나서야 한다.
현재 한전은 전기를 ㎾h당 250원에 사서 소비자에게 120원에 팔고 있다. 유럽 전기가격의 1/10도 안 된다. 한전 측 비용 20원까지 감안하면 전기를 팔 때마다 150원의 손해를 보고 있으니, 연말이면 한전의 적자는 30조 원을 넘을 것이다. 사기업이라면 벌써 망했을 텐데, 공기업이라 버텨주고 있기에 애처롭고 고맙기까지 하다.
한전이 망가지면 전력공급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급격한 부담 증가를 막을 수 있도록 유럽처럼 몇 배까지 인상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체력을 갖출 수 있게 40∼50%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것은 에너지 절약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현명한 대처로 올겨울을 무사히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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