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해외 순방 후 첫 출근길 문답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사과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실망이 크다. 여야 관계 또한 경색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22일 윤 대통령의 비속어가 보도된 후 김은혜 홍보수석이 "미 의회가 아닌 우리나라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여권은 이제 ‘가짜뉴스’로 대응키로 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보도 경위 조사로 초점을 돌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자의적 자막" “제2의 광우병 조작선동”이라며 일제히 MBC를 비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여당 위원들은 명예훼손 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예고하며 박성제 MBC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가짜뉴스로 돌려 대통령 실언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여권의 태도는 오해와 왜곡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태극기 부대와 다를 게 없다.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메시지 또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다.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윤 대통령은 언론에 책임을 전가할 게 아니라 야당에 사과해야 했다. 국민의 대표를 “이 XX”라 부르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셈이고, 그러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영국 여왕 조문 불참, 저자세 한일 정상회담, 48초 한미 정상 만남 등을 지적하며 외교안보 라인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있어 정국은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사과로 정면돌파하라는 여권 내 제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무능을 감추려 하면 신뢰만 잃게 된다”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과하면 야당에 진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국민 신뢰를 잃게 됐다. 끝나지 않는 논란을 어떻게 수습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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