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국가가 묵인·방조한 성매매
'업소 건물주·지주 처벌' 관련 법령에 명시
영등포 집결지 건물주 등 50명 적발해도
檢 송치는 3명... "적발 안돼 제재 불가능"
경찰, 몰수 보전도 안해 "처벌 의지 있나"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성매매 알선에 해당한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제2조 2항이다. 법은 성매매 업주뿐 아니라 장소를 제공하고 임대료를 챙기는 건물주도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2년 헌법재판소도 해당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성매매 집결지에 토지ㆍ건물을 소유한 지주(地主)가 처벌받는 사례는 드물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탓이다.
땅 주인·건물주 50명 고발, 3명만 송치
지난해 3월 서울시 산하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조직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ㆍ토지 소유주 50명을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시민단체가 특정 집결지 관계자들을 일괄 고발한 건 처음이다. 김민영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27일 “성매매 영업 공간을 제공한 이들을 처벌해 앞으로 집결지 부동산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판례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소유주를 처벌하려면 그가 자신의 건물이나 땅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센터 측은 집결지 내 토지ㆍ건물 등기사항과 건축물대장, 위반건축물 등재 명부, 집결지 안에 주소지를 둔 피고발인 명단 등의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가령 피고발인 A씨가 2019년 매입한 집결지 토지와 건물은 2005년부터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재돼 있다. 센터 관계자는 “위반건축물 시정 의무는 건물주에 부과되는데, 위반 사실 확인 과정에서 성매매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이달 초 영등포서는 1년 반 만에 수사 결과를 내놨는데 피고발인 50명 중 3명만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는 모두 ‘혐의 없음’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송치했다.
먼저 피고발인 10명은 임차인(포주)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명도소송을 진행하는 등 성매매 방지 노력이 인정됐다. 하지만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 즉 ‘위장 소송’ 가능성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는지는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불송치된 37명이다. 이들이 성매매 영업 사실을 몰랐다고 결론 내린 경찰의 근거는 ‘단속 전력’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전력이 없으면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전제가 없는 것”이라며 “집결지라고 해서 무작정 처벌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전력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경찰의 처벌 의지가 없는 거라고 꼬집는다. 성매매 집결지를 단속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집결지 단속 실적은 한 달에 하나 있을까 말까”라고 실토했다. 고발인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원’의 원민경 변호사는 “1차 단속 후 2차 적발시 장소 제공자를 처벌하는 경찰 관행을 감안하면, 단속이라도 적극 나가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고 비판했다.
경찰, 성매매 수익 환수도 미적
경찰은 검찰에 넘긴 건물주 3명 역시 적극적으로 처벌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들의 성매매 관련 부당이득금에 대해 ‘기소 전 몰수ㆍ추징 보전’ 조치를 신청하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 몰수 대상 재산을 임의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 전 몰수ㆍ추징 보전을 신청하기 위해선 범죄 수익을 산정하고 입증해야 하는데 성매매 특성상 여간 까다롭지 않다”고 해명했다.
수사기관이 성매매 범죄수익 몰수ㆍ추징에 미온적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해보니 2018년 성매매처벌법(성매매 알선) 위반으로 1심 선고를 받은 1,822명 중 몰수ㆍ추징을 부과받은 피의자는 857명(47%)에 그쳤다. 여가부 관계자는 “몰수ㆍ추징 조치를 해도 수사기법의 한계로 성매매 수익 환수 범위가 과소 추정돼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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