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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의 2집 앨범 ‘본 핑크’가 미국의 종합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에서 정상(10월 1일자)을 차지했다. 국내 걸그룹으로서는 처음이지만 대체로 “그럴 만하다”는 반응이었다. 공식 유튜브 구독자가 아티스트 중 세계 최대(8,180만 명)일 정도로 국제적 셀러브리티인 이들이 2년 만에 새 앨범을 냈으니, 이 정도는 놀랄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는 이들을 “존재 자체가 아이콘”이라며 “음악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했다.
□ 따지고 보면 걸그룹들이 귀엽고 상큼한 팀 이름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어둠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블랙핑크’라는 팀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남들처럼 착한 척은 못 한다’ ‘원할 땐 대놓고 뺏지’ 같은 가사는 블랙핑크의 다소 반항적이고 위악적 이미지와 어울린다. 블랙핑크가 걸그룹 고정팬인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소구력이 있는 이유다. 해외생활 체험(제니, 로제), 다국적 구성(태국 출신 리사) 등 국제적 분위기는 7년 전 이들이 데뷔할 때부터 차별성이 있었다. 리사는 동남아시아 소년소녀들에게 우상 같은 존재인데, 동남아는 K팝 팬덤의 핫스폿이다.
□ 다만 종합앨범차트 순위는 팬덤의 크기로 결정되고, 음악성보다 셀러브리티로의 후광에 크게 의지하는 블랙핑크에 대한 비판도 있다. 빌보드가 순위집계 방식을 바꾸는 등 팬덤에 기반한 K팝을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이미 빌보드200 1위를 차지했던 국내 보이그룹들과 달리 블랙핑크는 새 앨범 곡 대부분을 영어로 제작하는 등 확장성을 키우고 있다.
□ 블랙핑크 이전에도 우리나라에는 수백 개의 걸그룹이 명멸했으니 블랙핑크는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니다. 한 평론가의 말대로 걸그룹들은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지만 맹주로 군림한 적도 없었다. 보이그룹의 그늘에 가려 늘 최정상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활동 중단에 들어간 BTS의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 K팝의 대표주자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같은 질문이 블랙핑크의 약진으로 무의미해지는 점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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