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9일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순방외교 논란의 책임을 물어 당론 발의한 뒤 국회의장의 중재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뜻을 이미 밝힌 터라, 여야의 정면대결로 정국 경색은 심화할 전망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헌법 제63조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이다. 재적의원 3분의 1인 100명 이상의 발의와 과반인 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 단독으로 발의돼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된 것이다. 1987년 현행 헌법하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은 4번째가 됐으며, 윤 정부 들어선 처음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뻔히 알면서 민주당이 해임안을 추진한 건 정치적 이익만 노린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다. 미숙한 한미·한일 정상회담 대처 등 외교안보라인의 잘잘못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대야당의 모습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실질적인 이유는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을 사과하지 않은 데 따른 맞불 성격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해임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상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으로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해임안은 국회 차원의 장관 문책이다. 행정부 독주를 견제하라고 헌법이 국민의 대표에게 준 권한이자 의회정치의 작동 원리인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윤 대통령의 책임도 작지 않다. 해외 순방에서 불거진 일련의 논란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라도 나와야 하는 이유다. 국정난맥 분위기를 쇄신하고 정국운영 동력을 찾는 길도 그것뿐이다.
국민의힘도 특정 방송사를 겨냥한 언론 압박과 과도한 공격을 멈추기 바란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경제가 어렵고, 북한의 핵위협 등 안보 상황은 엄중하다. 국정감사가 코앞인데 민생법안 하나라도 더 챙겨야 할 때다. 여야는 소모적인 정쟁을 이쯤에서 중단하고 조금씩 양보해 속히 출구전략을 짜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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