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 드라마 '어둠의 나날-See'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애플TV 바로 보기 | 8부작 | 18세 이상
가까운 미래,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류는 절멸 위기에 몰린다. 살아남은 200만 명 대부분은 시력을 잃고, 기존 문명은 무너진다. 사람들은 탐욕으로 신의 심판을 받았다고 여긴다. 시력은 신에 반하는 능력이 되고, 볼 수 있는 자는 ‘마녀’ 취급을 당한다. 왕이 ‘불꽃 신’을 대리해 제정일치로 나라를 다스리나 통치력은 약하다. 실제 세상을 움직이는 건 부족이나 작은 경제공동체다. 중세시대로 돌아간 셈. 애플TV플러스 드라마 ‘어둠의 나날- See’는 미래사회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①눈이 보이지 않는 자들의 세상
바바 보스(제이슨 모모아)가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그는 알케니라는 부족의 장군이다. 보스의 아내는 쌍둥이를 낳는데, 보스와는 피로 맺어지지 않은 아이들이다. 여왕 케인(실비아 힉스)은 군대를 보내 쌍둥이를 죽이려 한다. 시력을 지닌 자 젤라마렐의 친자라는 이유에서다. 보스가 아내 마그라(해라 힐마)와 아이들 안전을 위해 부족 일원과 탈주를 하며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
시작부터 지금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 모습을 비춘다. 보스 일행과 여왕 군대가 청력과 감각에 의지해 전투하는 모습이 기이한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보이지 않는 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위기에서 어떤 식으로 벗어날지 등 여러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②사랑과 광기가 만들어낸 사연
보스는 일행을 위해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선다.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인물 젤라마렐은 여러 사전 준비와 조력으로 힘을 보탠다. 보스 일행이 여왕 군대의 추격에서 벗어나 안전한 장소를 찾아 정착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인물들은 비밀스러운 사연을 지녔다. 자신보다 여러 사람의 안위를 우선하고, 무엇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보스는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여왕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보스의 쌍둥이를 찾아내려는 듯하나 알고 보면 음습한 욕망이 숨어 있다. 시력을 지녔고 새로운 문명 건설에 대한 포부를 지닌 듯해 선지자로 여겨지는 젤라마렐마저 비밀을 지녔다.
③보이는 자가 세상을 다시 지배하나
드라마는 이야기를 전진시키며 여러 질문들을 은근히 던진다. 신체적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시력을 지닌 이들이 건설했던 문명이 더 우월했거나 위대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신체적 능력이 각기 다른 이들은 보다 나은 공존을 추구할 수 없는가.
물음표들은 보스와 마그라의 쌍둥이 아들 코푼(아치 마데크위)과 딸 하니와(네스타 쿠퍼)를 통해 나온다. 코푼과 하니와는 부족 사람들과 달리 시력을 지닌 소수자다. 그들은 보여도 보인다 말할 수 없고, 시력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여러 행동들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들은 시력을 지닌 자들이 많아지면 새 세상이 열릴 수 있다고 조심스레 내다보나, 시력에서 비롯된 폭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보스 가족이 겪는 기나긴 모험은 피와 눈물의 단순한 결합을 넘어 꽤 울림 큰 메시지를 전한다.
뷰+포인트
흥미로운 설정, 빠른 이야기 전개로 4회까지는 흡입력이 만만치 않다. 5회부터는 이야기 밀도가 낮아진다. 기존 문명이 몰락하고도 시들지 않은 인간의 욕망들이 부딪히며 재미를 준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와 다른 동선으로 그려낸 액션이 박진감 있다.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의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이 1~3회를 연출했다. 그는 묵시록 같은 미래사회를 그리는 데 제법 재능이 있다. 지난 8월 시즌3가 공개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44%, 시청자 85%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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