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테스트베드’ 노선에 진입한 자율주행
[아로마뉴스(15)] 9.26~30
편집자주
4차 산업 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미 저작권청, AI 작품 작가에 저작권 인정…영화, 음악 등 다른 분야 논쟁도
인적이 사라진 타임스퀘어, 버려진 지하철, 석양을 등진 황량한 도시.
처음부터 끝까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연출됐다. 불분명한 이유로 인류가 사라진 지구를 바라본 주인공(자리야)의 차가운 시선이 반영된 듯했다. 풍부한 상상력이나 표현력, 전달력 등은 전문가 수준에 근접했다. 미국 뉴욕에서 프로그래머 겸 작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 카시타노바의 공상과학(SF) 장르 만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고 밝힌 이 작품은 특히 미국 현지에서 처음으로 작가에게 저작권까지 인정, 대·내외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UPI 통신 등에 따르면 ‘새벽의 자리야’로 명명된 18페이지 분량의 이 만화는 현지 저작권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작품의 탄생엔 텍스트 입력만으로 이미지 생성까지 가능한 ‘미드저니’ AI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 작가의 시나리오를 그림으로 전환시킨 1등 공신인 셈이다. 이 작품의 첫 페이지 왼쪽 상단에도 카시타노바와 더불어 미드저니도 표기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작품의 최종 저작권이 작가에게 돌아간 부분이다. 미 저작권청은 작품의 전체 완성 과정을 인지하면서도 저작권에 대해선 작가 소유로 인정했다. 작품 완성에 기여한 AI보단 전체적인 밑그림을 설계한 작가에게 더 후한 점수가 주어진 꼴이다. AI의 저작권 소유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미국 내 기류도 반영된 모양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각국에서의 관심 역시 쏟아지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한국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그리스어, 독일어 등을 포함한 전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 결정의 의미는 적지 않다. 최근 AI가 예술 및 문화계로 스며들면서 작품성 논란과 더불어 저작권 문제까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가운데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인용될 소지가 다분해서다. 현재 AI 작품에 대한 갑론을박도 뜨겁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예술품으로 인정해야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순수 예술에 대한 모독이다”며 깎아내린 부정적인 시각이 충돌하면서다. 순수 예술계에선 “기존 예술가들의 이미지를 이용한 AI 작품은 첨단 기술에 기댄 표절과 동일하다”며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AI 예술 작품에 대한 논쟁은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 출품, 대상을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에서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작품의 출품자가 이미 공개적으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AI인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지만 반대 진영에선 “부정행위에 해당된다”며 정당성 문제부터 지목하고 나섰다.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순수 예술 작품으로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지 공유 인터넷 사이트인 게티이미지에서 AI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이미지를 전면 금지시킨 것도 예술계의 이런 흐름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크레그 피터스 게티이미지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 "AI로 만들어진 일러스트나 예술품 판매로 사용자들이 법적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새벽의 자리야’와 관련해 나온 미국 내 저작권 결정이 다른 분야에선 어떻게 적용될지 여부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당장, AI 합작물로 이미 공개된 영화나 음악, 뮤직비디오 등과 연관된 저작권 문제에 대해 동일한 잣대가 주어질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 ‘새벽의 자리야’를 선보인 크리스 카시타노바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AI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 때 저작권을 소유하는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창의성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레벨4 자율주행기술 탑재한 시범차량 운행 이어져
어스름이 깔린 새벽 5시, 잠을 깨운 회사 측 긴급 호출에 헐레벌떡 노트북만 갖고 집을 나선 직장인 A씨. 주차된 차량 내부 시스템에 목적지만 입력하고, 잠결에도 노트북에서 급한 업무 처리에 집중한다. 그사이 탑승 차량은 “최적 경로 탐색 완료, 출발합니다”란 안내와 함께 안전 주행을 시작한다. 한적한 도로에서 갑작스러운 앞차 멈춤에 ‘전방충돌방지’ 기능이 작동, 급브레이크와 함께 안전벨트 자동 조임까지 이뤄지면서 사고 위험을 피한다. 그동안 업무를 마무리한 A씨는 차량 뒷좌석에서 회사 도착 전까지 모자란 잠을 청한다.
영화 속 가상 시나리오다. 좁은 공간 속에서도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비즈니스맨과 스마트카의 미래 모습이다.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꿈의 완전자율주행(레벨5)’ 차량 속 스케치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테스트 상황을 감안하면 영화 속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 시점에도 가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국내 도심 한복판에서 잇따라 착수된 자율주행 시범 테스트가 이어지면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9일부터 경기 판교에서 레벨4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AI)을 내장한 다인승 모빌리티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대형 승합차인 쏠라티를 개조한 로보셔틀엔 AI 기반의 수요 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이 접목됐다. 이 서비스 덕분에 이용자는 가까운 정류장에서 응용소프트웨어(앱)로 차량을 호출하면 AI 알고리즘에서 생성된 최적의 경로에 따라 호출한 위치에서 손쉽게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 구역은 판교테크노3사거리를 기준으로 반경 540m 구간이다. 레벨4 자율주행차량인 로보셔틀에선 자체 주행 상황 인지와 판단으로 차량을 제어하고 일부 비상 상황 이외엔 운전자 개입이 없다. 사실상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량이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2027~30년을 도달 목표로 정한 선이다.
자율주행차량은 ‘운전 주체’에 따라 분류된다. 글로벌 표준으로 알려진 미국 자동차공학회 'J3016' 개정안에선 자율주행을 운전 자동화 수준에 따라 레벨 0~5로 구분한다. 레벨 0~2에선 운전 주체가 사람이다. 레벨3에서부턴 운전 주체가 사람을 떠나 시스템으로 바뀐다. 주변 인식과 차량 제어까지 동시에 가능한 특정 환경 내 자율주행이 레벨3이다. 로보셔틀에 장착된 레벨4에 이어 마지막 단계인 레벨5에선 모든 환경에서도 시스템만으로 운행이 가능한 상태다.
자율주행차량은 서울 청계천 광장에도 등장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부터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 사이를 운행하는 8인승 전기 자율주행 전용버스를 선보였다. 평일엔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9시~오후 1시 30분까지 15~20분 간격으로 무료 운행된다. 레벨4를 목표로 기술 보완 중인 이 버스는 다음 달부터 3대로 정식 확대 운행, 일반 승객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다만, 청계천 인근 도로가 비좁은 데다, 많은 보행자와 오토바이 등이 빈번하게 출몰하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 관리요원은 동승한다. 편의성을 위해 각 좌석엔 스마트폰 충전용 USB포트와 스크린 등이 설치됐다. 출입문엔 버스 승·하차 시 끼임 방지에 필요한 별도 센서도 부착됐다. 기획부터 자율주행 대중교통을 목적으로 설계된 이 차량 제작은 국내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포티투닷(42dot)이 맡았다. 이 자율주행버스가 정식 운행에 들어가면 전용 스마트폰 앱(TAPI)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MPG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1억 달러(약 7조2,600억 원)에 머물렀던 자율주행차량 시장 규모는 2035년엔 1조1,204억 달러(약 1,468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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