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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땅 밑서 무슨 일이"… 싱크홀 공포 생생한데 39층 건물 신축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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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땅 밑서 무슨 일이"… 싱크홀 공포 생생한데 39층 건물 신축 러시

입력
2022.10.03 05:00
수정
2022.10.03 10:3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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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끈' 굉음 뒤 대형 싱크홀
주민들 "그때 생각하면 아찔"
"도립공원 해제 후 고층건물
해안가 특성 감안한 대책을"
현장조사 마친 국토부 곧 결론

지난 8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건물 일부가 무너진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 인근 점포에 지난달 29일 안전펜스가 둘러져 있다.

지난 8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건물 일부가 무너진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 인근 점포에 지난달 29일 안전펜스가 둘러져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 지난 8월 3일 오전 가로 12m, 세로 8m, 깊이 5m 규모의 대형 싱크홀(땅꺼짐)로 반파된 편의점과 인근 상가 주변으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추가 붕괴를 막는 지지대 옆에선 굴삭기가 쉴새 없이 흙을 실어 나르며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양양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발표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지난달 싱크홀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우지끈'하는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편의점 건물 절반이 땅속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여름 대목을 날려버린 상인들은 또 한번 시름을 겪어야 했다. 재난영화에서나 봤던 장면을 눈앞에서 마주한 주민들은 여전히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조사 결과와 대책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8월 3일 싱크홀이 발생한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 상가는 출입이 금지돼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3일 싱크홀이 발생한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 상가는 출입이 금지돼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20차례 땅 꺼짐"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정확한 지번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해맞이길 46 주변이다. 사고 직후부터 주민들은 "주변에 공사 중인 고층건축물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안과 가까워 지반이 약한 지역에 고층건물 터 파기 공사가 진행되면서, 해수나 지하수가 유입돼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실제 사고발생 지역 주변은 지난해 낙산도립공원 지정 해제 이후 최고 39층 높이의 고층건물 9곳이 공사 중이거나 착공에 들어갔다.

공교롭게 고층건물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20차례 넘는 싱크홀 현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안전조치가 취해지고 지난 5월 공사가 재개됐지만, 3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정준화(54) 양양군 번영회장은 "공사 중인 건축 현장에서 주차장 확보를 위해 땅을 깊이 파고 있는데 이 지역 주변은 모래가 많기 때문에 지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만큼, 해변 고층건물 공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규한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에 무엇이 설치돼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땅을 깊이 파는 공사를 진행하면 지하수 등이 유입돼 지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일 오전 6시 43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주청리 낙산해수욕장 인근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공사 현장 근처에서 대형 싱크홀이 생겨 주변 편의점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양양=뉴스1

지난 8월 3일 오전 6시 43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주청리 낙산해수욕장 인근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공사 현장 근처에서 대형 싱크홀이 생겨 주변 편의점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양양=뉴스1


전문가 "지하공간 지도 구축 시급"

지하공간에 대한 정보 부족도 주민들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1,176건의 싱크홀 현상이 발생했다. 전국에서 사흘에 두 번꼴로 크고 작은 싱크홀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하공간에 대한 정보는 충분치 않다. 2015년 시작한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이 7년이 흐른 올해까지도 완성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을 통해 땅속에 깔린 가스 및 상하수도관, 통신선, 지하수 흐름 등을 3차원으로 구현해 싱크홀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지하공간에 대한 정보와 함께 지하 20m 이상 굴착 시 받아야 하는 '지하안전 영향평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지금이라도 수도관과 통신선 등 지하 매설물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탐사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낙산해변 대형 싱크홀 사고 직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꾸려 활동했다. 위원회는 지표면을 투과하는 레이더 전자탐사(GPR)를 진행한 뒤 현장 시공 및 지하개발 공법의 적절성과 부실 시공 여부를 조사했다. 조만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양양군의회도 지난달 28일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원인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만난 50대 주민 A씨는 "땅 밑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확인이 어렵지 않느냐. 그래서 더 두렵다"고 말했다.


양양= 글ㆍ사진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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