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최근 정부 대책들, 변죽만 울리고 효과는 '글쎄'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조정·경쟁력 강화 집중해야
무역수지 악화로 경기에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정부가 무역 적자 개선 대책으로 전기요금 현실화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유보 카드까지 언급했지만,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지난달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30원 올리면 무역수지가 3개월 동안 25억 달러 정도 개선된다"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유보했을 때도 3, 4개월 동안 무역수지가 25억 달러 정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입 급증이 무역 수지 적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 및 발전 구성 비율을 조절해 적자 규모를 줄여 보자는 것이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2월~이듬해 3월 석탄 발전을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의 실질적 효과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기 등 에너지는 필수적인 것이라 가격을 조금 올린다고 해서 수요가 많이 줄지 않는다"며 "특히 동절기에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입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유보에 대해서도 "이미 LNG는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바깥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면서 "무엇보다 현재 석탄 가격도 싼 건 아니라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뾰족한 수 없는 정부... 변죽만 울려
정부는 8월에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에도 수출 기업을 상대로 무역보험 체결 한도를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 원까지 올리고, 수입보험 적용 대상 품목과 한도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눈에 띄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달부터 대표적 공공 요금인 전기요금을 약 5%, 가스요금을 약 16% 동시에 올리면서 무역 수지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무역수지 적자가 세계적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부가 뾰족한 수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변죽만 울리고 있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한동안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해왔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 없는 좀비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근본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좀비기업 정리 등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구조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좀비기업은 스스로 일어설 능력이 없어 정부나 은행의 도움을 받아 유지하는 기업으로, 정식 명칭은 '한계기업'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세계 경기가 회복돼 무역수지가 좋아진다 해도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관련 산업 전문 인력 양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무역적자 대책을 종합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