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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쇼 농구'를 시작한 사연

입력
2022.10.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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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와 리넷 우더드

할렘 글로브트로터스 현역 시절의 리넷 우더드. 트위터 사진

할렘 글로브트로터스 현역 시절의 리넷 우더드. 트위터 사진

‘할렘 글로브트로터스(Harlem Globetrotters)’는 현란한 개인기와 익살스러운 플레이로 유명한 쇼 농구단으로, 2013년 NBA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일로 국내에도 꽤 알려졌다.

NBA의 양념 같은 이미지와 달리 NBA보다 이른 1926년 ‘사보이 빅파이브’란 이름으로 창단했고, 이름과 달리 뉴욕이 아닌 시카고에서 출범했다. '할렘 글로브트로터스'는 매니저였던 백인 유대인 이민자(Abe Saperstein)가 당시 할렘 르네상스 열기에 편승해 전원 흑인 선수단의 정체성을 부각하고자 1928년 개명한 이름이다.

처음부터 ‘쇼단’도 아니었다. 구성원 대부분은 기량 때문이 아니라 피부색 때문에 받아주는 팀을 못 찾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1939년 내셔널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했고, 1948년 NBA 우승팀 미니애폴리스 레이커스(LA 레이커스 전신)를 꺾었고, 이듬해에도 레이커스에 승리함으로써 전년도 시합이 요행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그렇게 그들은 백인 농구 리그 관계자들에게 흑인 선수의 기량과 가능성을 일깨웠다.

1950년 뉴욕 닉스에 입단한 NBA 최초 흑인 선수 너새니얼 클리프턴을 비롯, 워싱턴 캐피털스의 얼 로이드, 보스턴 셀틱스의 척 쿠퍼 등이 모두 할렘 글로브트로터스 출신. 그렇게 주전들을 잇달아 NBA에 빼앗기면서, 또 NBA의 위상과 인기가 치솟으면서, 팀은 쇼단으로 정체성을 전환했다.

1984년 올림픽 미국 여자농구대표팀 주장으로서 금메달을 딴 리넷 우더드(Lynette Woodard)가 1985년 10월 7일, 여성 최초로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에 합류한 사정도 원년 흑인 선수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교시절 두 차례 모교에 주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캔자스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한 그는 1981년 졸업 후 국내 리그가 없어 이탈리아 여자농구 리그로 진출해야 했다. 미국 여자프로농구협회(WNBA)가 출범한 건 1997년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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