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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들이 주로 찾던 남해의 숨은 보물섬…힐링 명소로 변신

입력
2022.10.07 05:00
수정
2022.10.07 09: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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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다 <10> 남해 조도·호도
남해군 미조항에서 배 타고 5분
조도는 새, 호도는 호랑이 닮아서 붙여진 이름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사업으로 변신 중

편집자주

3,348개의 섬을 가진 세계 4위 도서국가 한국. 그러나 대부분 섬은 인구 감소 때문에 지역사회 소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우리의 섬과 그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경남 남해군 조도ᆞ호도. 앞쪽이 조도, 중간에 작은 섬을 지나 뒤쪽이 호도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 조도ᆞ호도. 앞쪽이 조도, 중간에 작은 섬을 지나 뒤쪽이 호도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은 '보물섬'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의 건국신화를 간직한 금산 보리암부터 1960년대 이후 산업화 시대 독일로 떠났다가 돌아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모여사는 독일마을까지. 수백 년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는 남해는 달콤한 맛이 일품인 남해초(시금치)와 멸치 중 으뜸으로 치는 죽방멸치가 최고의 특산품이다. 특히 죽방멸치 잡이 전진기지인 미조항은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꼽힌다. 그 미조항에서 바다로 시선을 돌리면 남해의 새로운 보물 조도(호도)가 반짝거린다.

죽방멸치 유명한 미조항에서 보이는 섬

미조항에서 남쪽으로 1~2㎞ 떨어진 곳에는 두 개의 섬이 있다. 새를 닮은 조도와 호랑이 모습의 호도(범섬)다. 조도가 32만6,000㎡, 호도는 이보다 큰 53만7,000㎡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인구는 조도에 34가구 77명, 호도에 18가구 27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실제 거주 인구는 조도 28가구, 호도 11가구 등 39가구 60여 명이다. 주민들은 보통 2개의 섬을 합쳐 ‘조도마을’로 부르고 실제로도 하나의 섬처럼 생각한다.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로 가는 관문인 남해 미조항. 남해=정광진 기자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로 가는 관문인 남해 미조항. 남해=정광진 기자


그 섬에 가다 <10>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호. 남해=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그 섬에 가다 <10>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호. 남해=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조도(호도)로 가는 배는 미조항에서 출발한다. 19톤급 조도호의 하루 운항 횟수는 6차례. 최근 대형 태풍 힌남노와 난마돌이 잇따라 한반도 남쪽 지역을 관통한 후인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10분 미조항에서 조도호에 올랐다. 마을 주민과 낚시꾼 등 승객은 10명가량. 출항 5분 만에 조도 큰 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조(鳥)도는 문자 그대로 새섬이다. 새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동쪽의 큰 섬과 서쪽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큰 섬에 5가구, 작은 섬에 23가구가 산다. 대부분 고기잡이가 주업이다.

경남 남해군 조도·호도

경남 남해군 조도·호도


낚시에 이어 멍 때리기 명소로

조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큰 섬 절벽에는 펜션과 주택 몇 채가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섬 꼭대기 쪽에는 소나무와 상록수림이 우거져 있고, 그 아래는 온통 칡밭이다. 7년 전 섬에 정착한 류동춘(58·조도·호도 협동조합 이사장)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추진위원장은 "예전 나무가 없는 곳은 집이나 밭이었다"면서 "지금은 고령화에 많은 주민이 섬을 떠났고 농사까지 짓지 않아 황무지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조도에는 미조초교 미남(미조항 남쪽)분교가, 호도엔 호도분교가 있었다. 두 학교 합쳐 한때 재학생이 150명도 넘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 탐방로. 오른쪽 작은 섬은 쌀처럼 생겼다고 해서 쌀섬이라고 불린다. 남해=정광진 기자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 탐방로. 오른쪽 작은 섬은 쌀처럼 생겼다고 해서 쌀섬이라고 불린다. 남해=정광진 기자


그 섬에 가다 <10>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 작은섬 해수욕장. 남해=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그 섬에 가다 <10>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 작은섬 해수욕장. 남해=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인구가 줄고 시들어가는 섬을 그간 살린 것은 강태공들이다. 낚시 명소로 워낙 유명해 지금도 전국단위 대회가 열릴 정도로 낚시꾼들에게는 최고의 성지로 꼽힌다. 그랬던 조도가 요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사업’과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힐링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선착장 왼쪽 언덕에 보이는 배 형상의 건물이 다이어트 보물섬 사업의 핵심인 다이어트 센터다. 미남분교가 있던 자리다. 옆에서 보면 잘 빠진 최신 요트처럼 생겼다. 울릉도의 명물 코스모스 리조트를 설계한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김연경 남해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살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우는, 힐링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준공하면 진짜 남해의 보물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 탐방로에는 데크로드와 바닥이 유리로 된 작은 다리(가운데) 등으로 힘들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남해=정광진 기자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조도 탐방로에는 데크로드와 바닥이 유리로 된 작은 다리(가운데) 등으로 힘들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남해=정광진 기자

실제 조도는 요즘 흔해진 '멍 때리기' 장소로 그만이다. 섬 둘레를 따라 잘 정비된 2.4㎞ 거리의 탐방로를 걷다 보면 몸 구석구석 쌓인 스트레스가 흔적도 없이 녹아 내리는 기분이다. 1시간이면 족한 길이지만, 여유가 있다면 쉬엄쉬엄 한나절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잡초가 많은 곳에 야자매트가 깔려 있고, 해안 급경사지에는 데크로드와 유리바닥으로 된 작은 다리와 전망대까지 설치돼 있다. 중간 중간 소형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은 또 다른 매력이다. 이름 없는 해수욕장도 숨은 보물이다. 물이 맑고 파도가 거의 없어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는 여름에 최고의 피서지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바지락 캐기 체험은 이들 관광객에게는 덤.

실버타운 같은 호도

조도 큰 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다시 10분 정도 들어가면 호도에 도착한다. 호도 선착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모노레일이다. 무거운 짐을 옮기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이다. 호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실버타운 느낌이다. 11가구 중 어업과 펜션을 하는 2가구만 경제활동을 한다. 나머지는 모두 고령의 노인 가구로, 호도분교 근처에 모여 산다. 폐교 된 호도분교에도 한때 50명 이상의 학생들이 다녔지만, '변소'로 쓰인 건물에는 요즘 보기 힘든 ‘멸공'이라는 문구만 남아 있었다.

그 섬에 가다 <10>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호도 전경. 남해군 제공

그 섬에 가다 <10>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호도 전경.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호도 모노레일. 거동이 편치 않은 어르신들이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이동편의를 위해 설치했다. 남해=정광진 기자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호도 모노레일. 거동이 편치 않은 어르신들이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이동편의를 위해 설치했다. 남해=정광진 기자

조도보다 경작지가 더 많았던 호도지만, 사람들이 떠나면서 대부분 칡넝쿨이 우거진 황무지로 변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기증한 어촌체험센터를 지나면 동남쪽 우묵한 곳에 일제강점기에 해군기지로 이용했다는 곳도 눈에 들어온다. 섬 면적은 조도보다 넓지만, 개설된 탐방로는 2.2㎞ 정도다. 마을 서쪽으로만 길을 냈고, 반대쪽은 지형이 워낙 험해 아직 손을 못댔다. 마을로 가는 가파른 길 왼쪽에는 수령 100년 이상 돼 보이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임춘화 남해군 섬발전팀 주무관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동백과 달리 꽃이 작다”며 “500년 동백숲이라고 부르는데, 공원을 조성해 호도의 명소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도 관문 미조항의 ‘스페이스 미조’ 명소로

조도에서 호도로 가는 길에 빠뜨리지 말아야 할 장소가 ‘스페이스 미조’다. 조도 선착장 맞은편에 지난 3월 문을 연 이곳은 폐쇄한 수협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 공연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관람객들을 위한 카페도 갖춰져 있다.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미조항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한 스페이스 미조. 남해=정광진 기자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미조항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한 스페이스 미조. 남해=정광진 기자

스페이스 미조의 콘셉트는 '부활'이다. 1층 전시장에는 거대한 녹슨 증발기가 전시돼 있다. 냉동창고에서 쓰던 핵심 부품의 하나다. 2층 편집숍에는 지역 작가 등이 공을 들여 만든 해양쓰레기 등을 재활용한 액세서리나 각종 소품류를 전시ㆍ판매한다. 3층 공연장 객석 의자도 재활용 스펀지로 만들었다. 무대 배경은 미조항이다. 마무리 공사 중인 4층은 남쪽으로 미조항과 조도ㆍ호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포인트다. 미조항의 명물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다. 11월까지 실내악 연주회와 벽화 조형물 등을 전시하는 ‘미조 바다와 삶’ 전시회가 계속된다. 류동춘 위원장은 "앞으로 남해하면 조도나 호도가 먼저 떠오를 수 있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스페이스 미조 전시공간에 과거 냉동창고에서 쓰던 녹슨 증발기를 전시해 두었다. 남해=정광진 기자

경남 남해 조도ᆞ호도 스페이스 미조 전시공간에 과거 냉동창고에서 쓰던 녹슨 증발기를 전시해 두었다. 남해=정광진 기자



남해=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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