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양자얽힘' 현상이
실제 세계에서 구현된다는 사실 입증
아인슈타인 사고실험 틀렸음을 증명해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역학(입자 및 입자 집단을 다루는 현대 물리학의 기초 이론)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3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실험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도 '얽힘' 상태가 존재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내면서, 양자 컴퓨터나 양자 암호 통신 등 새로운 기술의 기반을 마련한 연구자들이다.
양자얽힘을 실험으로 규명
왕립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는 4일 양자역학 분야 연구자인 알랭 아스페(75·프랑스) 에콜폴리텍 교수, 존 클라우저(80·미국) 박사, 안톤 차일링거(77·오스트리아) 빈대학 물리학과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은 광자의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 상태를 이용한 실험으로 벨 부등식의 위반을 규명하고 양자정보과학 분야를 개척했다"며 "두 입자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단위처럼 작용하는 양자얽힘을 이용해 획기적인 실험을 진행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양자역학은 미시세계를 주로 지배하는 물리법칙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입자(물체)이면서 동시에 파동(현상)인 중첩(여러 개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 상태로 존재한다. 또 중첩 상태의 두 입자에선 하나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하나의 상태도 함께 결정되는 얽힘 현상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지구와 우주 어딘가에 '얽혀 있는 상태'의 동전 2개가 있다면 지구 동전의 상태(앞면)가 정해지는 순간 다른 공간의 동전의 상태(뒷면)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얽힘은 양자역학에서 나오는 특별한 물질의 상태"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의 근간이 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 기술에 기반 제공
얽힘은 양자역학의 이론으로는 이미 설명된 현상이다. 하지만 그 난해함으로 인해, 이 현상이 실제 물리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론이 있었다. 아스페, 클라우저, 차일링거는 △얽힘 현상이 실제 세상에서도 존재하고 △실험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는 "얽힘이 이론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과학자들"이라며 "이들의 업적이 있었기 때문에 얽힘 현상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클라우저는 벨의 부등식(EPR 역설과 양자역학 중 무엇이 맞는지를 보여주는 부등식)을 검증할 실험을 설계하면서, 얽힘에 대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스페는 1980년대에도 꾸준한 실험을 진행하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의 EPR 역설(양자역학만으로는 실재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고실험)이 틀렸고 양자론이 맞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차일링거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얽힘을 이용해 거리가 떨어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광자를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양자역학 기초 분야에서 이들의 업적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뒤늦게 노벨상을 받은 것에 대해 정연욱 교수는 "트랜지스터는 1948년에 발명됐지만, 노벨상은 트랜지스터가 라디오, 컴퓨터 등으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1972년에 수여됐다"며 "최근 양자컴퓨터 관련 회사 4곳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양자역학이 가지를 펼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 시상식은 12월 10일(알프레드 노벨의 기일) 열린다. 올해 수상자는 1,000만 크로네(약 13억4,750만 원)의 상금과 메달, 노벨상 증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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