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생장 필요한 질소 함유한 유기질 비료
전쟁 따른 비룟값 폭등 속 농민의 '구원투수'
공급 속도 느리고 양 적어 근본 해결책 아냐
중남미 페루에서 ‘새 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룟값이 폭등하면서 고농축 천연 비료인 조류 분변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룟값 고공행진에 관심 '쑥'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적 비료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페루에서 바닷새 배설물이 쌓인 퇴적층 ‘구아노(guano)’가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구아노는 식물 생장에 필요한 질소, 인산염, 칼륨 함량이 높아 유기질 비료로 사용된다. 페루 인근에서는 수도 리마 남쪽 바예스타스 섬을 비롯해 구아노로 새하얗게 뒤덮인 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페루가 구아노 가치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19세기부터 인근 섬에서 구아노를 채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비룟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페루는 화학 비료 핵심 원료인 요소(尿素)의 7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수입 길이 막히면서 가격이 3, 4배 치솟았다. 50㎏ 요소 한 포대 가격은 전쟁 전 20달러(약 2만8,000원)에서 65달러로 급등한 상태다.
당장 비료 부족에 올해 파종 규모는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식량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페루 정부는 비료 위기 때문에 다음 수확기 쌀과 감자, 양파의 생산 면적이 2만 헥타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천연 비료인 구아노는 농부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페루 현지에서 50㎏ 구아노 한 자루를 비료의 20% 수준인 13달러면 살 수 있다.
임시방편일 뿐… 대책 찾아야
다만 구아노를 이용한 농업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 자연에서 나오는 만큼 공급 속도가 빠르거나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 연간 3, 4만 톤이 섬에서 추출되는데, 이는 국가 전체 비료 수요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페루 농업개발부는 조류 분변이 5~7년가량 건조·퇴적 과정을 거친 후에야 채취 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보고 있다.
환경오염 여파도 피해 갈 수 없다. 해양 생태계 붕괴와 물고기 남획으로 바닷새 수가 감소하면서 배설물 두께도 줄어들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스페인어판은 “19세기만 해도 섬의 ‘더러운 금(구아노)’ 두께가 50m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3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류 개체 수 감소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화학비료보다 작물을 성숙시키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구아노는 농업을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 지탱해주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성난 민심이 안 그래도 불안한 정권을 뒤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페루에서는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농민 단체들이 치솟는 비룟값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지 않을 경우 집단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페루 농촌 개발 전문가이자 싱크탱크 그랑데의 에두아르도 제가라 선임연구원은 “카스티요 정부가 비료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기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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