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시킨 수정안 초안을 공개한 이후 의견수렴을 위한 첫 공청회를 열었다. 수정안 공개 당시 유럽연합(EU)보다 대폭 완화된 폐기물 처리·안전 관련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됐었는데, 공청회 참석자들은 이 기준을 EU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K택소노미 원전 경제활동 포함 공청회'를 열었다.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 경제활동인지 구분 짓는 국가적 지침으로, 녹색 투자 대상을 선별할 때 사용된다.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관련 사업들은 친환경 투자·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서 환경부는 K택소노미 수정안 초안을 공개하면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연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것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EU택소노미와 동일한 친환경 인정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2025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가동 세부계획을 갖추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세부계획과 이를 담보할 법률이 있으면 된다고 정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EU택소노미가 K택소노미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기준을 내세우고 있는데, EU 회원국에 원전을 수출할 때 이 차이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달 20일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운용자산(APG) 측이 EU택소노미를 충족하지 않은 원전 사업은 친환경이라 볼 수 없고 한국 투자(채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윤종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고준위 방폐장 마련과 관련해 법률 제정을 조건으로 내건 것을 지적했다. 그는 "처분시설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원전이 택소노미에 해당하지 않게 돼 국내외 원자력 산업 진행에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법률에 처분 일정이 명시되지 않으면 EU택소노미와 정합성·부합성이 떨어져 원전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방폐장 마련 시기를 EU처럼 2050년쯤으로 못 박는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EU가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켜 우리도 이를 참조해 만든 것이라면, (적어도) 그 수준은 맞춰야 할 것 아니냐"면서 "우리나라 제조업 중 세계 선두권에 있는 업체들은 언제든 EU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데, K택소노미가 전체 신뢰도를 떨어뜨려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에 포함시킨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원전의 필요성은 에너지 공급, 수요 등을 논의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택소노미에 포함시켜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핵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 도중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핵발전 그린워싱 중단하라' '녹색분류체계 그린워싱 중단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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