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갑자기 낮아진 '배그 방송' 해상도
무임승차·이중과금 논란의 여파
무능 정치권, 소비자가 목소리 내야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좋아한다. 직접 하는 건 물론이고 남들이 하는 것도 즐겨 본다.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유튜브나 트위치로 '배그 방송'을 보는 건 몇 안 되는 취미이자 일상의 소소한 낙이다. 비슷한 사람이 많은지 내가 보는 방송은 실시간으로 수천 명이 시청하고, 유튜브 조회수도 10만을 거뜬히 넘긴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여가 생활이 침범당한 건 얼마 전이다. 세계 최대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지난 30일을 기점으로 최대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축소하면서다. 이 조치가 취해진 건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처럼 찰나의 순간을 미세하게 포착해야 하는 슈팅 게임의 스트리머와 시청자들로서는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심각하게 저하된 화질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화질 제한조치 이면에는 망 사용료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망 사용료 갈등은 비단 트위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2020년부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에는 구글(유튜브)도 가세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빅테크가 어떻고 트래픽이 어떻고 하는 난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망 사용료 갈등의 핵심은 결국 외국계 콘텐츠 기업(CP)들의 인터넷망 무임승차냐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의 이중과금이냐로 압축된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국내 ISP들은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정당한 인터넷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고, 그로 인해 자사 부담이 가중된다며 수년 전부터 망 사용료 입법을 촉구해 왔다. 물론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조세회피같이 외국계 플랫폼 기업들이 가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내 통신사들이 인터넷 설비 투자·관리 부담을 이유로 피해자처럼 행동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은 예기치 못하게 영상의 시대가 열리며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했고 그 이유로 자신들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 비용은 이미 '유튜브, 넷플릭스 보려고' 값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내지 않았나. 덕분에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4조 원을 훌쩍 넘겼다. 걸핏하면 4G로 전환되는 조악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미국 콘텐츠 기업들의 승승장구가 아니꼬웠던 유럽의 통신사들 역시 'IT 강국 코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논쟁에 주목하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느니 한국 콘텐츠가 역차별당할 것이라느니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건 둘째 문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우리 정치권이 제대로 다룰 깜냥이 되느냐다.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장에서 업무 현황 보고를 종이 문서가 아닌 컴퓨터 파일로 줬다며 회의를 멈추고, 자신들이 모르는 '넛크래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부처에 항의한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런 사람들이 망 사용료를 논의할 예정이다.
망 사용료 논쟁의 미래는 3년 전 '타다 사태'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국회에서 모빌리티 산업의 전망이나 공유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은 살펴볼 수 없었다. 이익집단의 압력에 못 이겨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하지 않은 채 40여 일 만에 얼렁뚱땅 법을 만들어 처리했을 뿐이다. 그 누더기 법이 오늘날의 택시 대란을 야기했다.
현재 여야(국민의힘 박성중·김영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영찬·이원욱 의원 등)를 막론한 국회의원들이 망 사용료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중론을 제기하며 제동이 걸린 상태이지만 아직 법안의 향방을 가늠하긴 어렵다. 망 사용료 법안이 '타다금지법' 꼴 나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다. 소비자인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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