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재료로 육포·젤리·꿀물 만든 인플루언서
식품업계 "값싸다고 가짜냐" 반발
시중에서 팔리는 식품들이 얼마나 조악한 재료들로 만들어졌는지 폭로한 인플루언서 한 명에게 중국 식품업계가 쩔쩔매고 있다. 그의 콘텐츠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식품업계에선 그의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여론전에 돌입했다.
소고기 없이 육포 뚝딱..."생고기보다 싼 이유 왜 의심 않나"
5일 현지 매체 펑파이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신지페이가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식품 제조업체가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좋은 원료 대신 각종 첨가물과 합성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식품을 직접 만드는 동영상을 제작해왔다.
종류도 다양하다. 밀가루, 전분, 식용유, 카라기난(해초 추출물로 만든 식품 첨가물의 일종) 등으로 소시지를 만든 뒤 "여러분들이 고기가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먹는 소시지"라고 소개했고, "과일 맛 젤리의 정체를 밝히겠다"며 밀가루와 물, 싸구려 향료만으로 순식간에 시중에서 팔리는 것과 흡사한 젤리를 탄생시켰다. 우유 없는 밀크티, 꿀 없는 꿀물, 산사 열매 없는 산사즙 등도 그의 손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졌다.
약간의 닭고기와 소금, 색소, 우지를 섞어 그럴 듯한 소고기 육포를 '창조'한 신지페이는 "당신은 육포 한 근을 30위안에 샀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생고기 한 근의 시장가격은 40위안이다. 어째서 우리는 (가공을 거친) 육포가 생고기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생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는가?"라고 되묻는다.
신지페이는 전직 제빵사다. 코로나19 확산이 몰고 온 경기 침체로 빵 가게가 문을 닫았고, 제빵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가짜 음식 폭로' 전문 인플루언서가 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해부터 콘텐츠를 생산한 그의 도우인 폴로어 수는 서너 달 만에 830만 명으로 늘었고, 그는 가뜩이나 가짜 음식에 대한 우려가 큰 중국인들과 식품업계가 동시에 주목하는 유명 인사가 됐다.
식품업계 압력에 도우인 계정 스스로 삭제
신지페이의 콘텐츠는 저렴한 식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의 반발을 사기 충분했다. 중국경공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두 합법적으로 해롭지 않은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기관 산하 중국식품신문은 "신지페이는 '저렴한 음식은 나쁘다'는 인식을 조장해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팔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급기야 도우인 측은 신지페이에게 직접 연락해 "첨가제의 구체적인 종류를 밝히지 말아달라"는 등 콘텐츠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특정 회사의 첨가제가 유독 그의 콘텐츠에 자주 사용됐기 때문이다. 도우인 측이 그에게 콘텐츠 내용 수정을 요구한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네티즌들은 업계와 당국의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신지페이는 본인 스스로 도우인 계정을 삭제했다. 콘텐츠 내용을 수정하느니 차라리 도우인을 떠나겠다는 무언의 항의다. 그는 또 다른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겨 가짜 음식 폭로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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