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20차 당대회 개막
시진핑 장기 집권 체제 돌입
중국 공산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이달 16일 개막한다. '국가주석직 3연임 금지'를 철폐하고 장기 집권을 준비해온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 번째 집권(2022~2026년)은 사실상 발표만 남았다.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 권부의 집단지도체제가 시진핑 1인 권력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지만, 시 주석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은 전무하다. 이로써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영원한 지도자'인 마오쩌둥의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당대회는 9,671만 명의 공산당원 중 대표 2,300명이 모여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다. 향후 5년간 정치·경제·외교 정책의 노선과 목표가 제시된다.
당대회는 통상 7일간 열린다. 이번 당대회 또한 22일 20기 중앙위원과 후보중앙위원을 선출하며 폐막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3일 20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당 총서기와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 군사위원회 등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일정이다. 새 지도부의 권력 서열은 1중전회 직후 이들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 확인 가능하다.
시진핑 1인 권력 강화...집단지도체제는 약화
시 주석의 전임자인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집권 기간은 각각 10년이었다. 두 사람 모두 2번 연임에서 멈췄다. 최고지도자 1명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쏠리지 않게 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헌법도 연임까지만 허용했다.
마오쩌둥 사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이 확립한 이 원칙을 시 주석이 깼다. 2018년 헌법상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해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했다. 공산당은 지난해 11월 채택한 제3차 역사결의(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공산당 중앙의 결의)에서 "사회주의의 신(新)시대에 시진핑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했다"며 그를 '당 중앙의 핵심'으로 추대했다. 인민의 영원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에 시 주석을 올린 것이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맷은 "중국 공산당이 최근 들어 강조하고 있는 '신시대' 담론은 시진핑 한 사람에 대한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당대회에서 다뤄질 국정 어젠다도 확정됐다. 지난달 30일 열린 중앙 정치국 회의 결과 보도문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의 전면적 관철 △공동부유(다 함께 잘 살자는 경제성장 캠페인)의 내실 있는 추진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추동 △중국몽(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중국몽) 전면 추진 등이 포함됐다. 모두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과제들이다.
'인민 영수' 호칭 받고 종신 권력 가도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인민 영수'라는 호칭을 얻을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에서 '영수'로 불리는 지도자는 사실상 마오쩌둥(위대한 영수)뿐이다. 중국에서 '영수'는 국가주석이나 총서기 같은 직책 개념을 뛰어넘는, 공산당 이념을 이끌어 갈 사상적 지도자이다. "시 주석의 3연임은 종신 집권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 주석의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당장(黨章·당헌) 개정이 이번 당대회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헌법보다 상위 개념인 당장은 공산당 이념의 집약체로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삽입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시진핑 사상'으로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에 들어 있는 '마오쩌둥 사상'과 비슷한 형식으로 바꿔 '격'을 맞출 것이란 관측에서다. 당장에는 '덩샤오핑 이론'도 들어 있지만 '사상'에는 미치지 못하는 표현이다.
시진핑 강할수록 미중 갈등 증폭 악순환
서방 전문가들은 "'시진핑 1인 권력 체제'가 반드시 시 주석의 안정적 지위를 의미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 주석은 내부 체제 단속을 위해 미국에 대한 적대적 외교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크리스토퍼 존슨 선임연구원은 20차 당대회를 조망한 논문에서 "군대 재건, 경제 구조 개혁, 전랑 외교(군사력,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적 외교)를 펼쳐 온 시 주석은 과거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지도자"라면서도 "그의 이 같은 통치 스타일은 중국 안팎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시 주석이 표방해온 '중화 민족주의'는 미국이 앞세우고 있는 인권·국제 규범의 가치와 앞으로 더 빈번하게 충돌할 것"이라며 시 주석의 권력이 공고화하면 할수록 미중 갈등도 증폭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외교·경제적 압박이 시 주석 장기집권을 위협하는 최대 과제가 될 것이란 뜻이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반미국 경향은 이미 중국인들을 하나로 묶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타협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 흐름에선 서방을 적대시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