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특산물] <38> 인천 '꽃게'
최대 산지 인천... 전국 생산량 38% 차지
수심 얕고 물살 빨라 연평도 부근이 최적
환경 변화로 어획량 감소하다 다시 늘어
"폐그물 수거·금어기 등 보호관리에 최선"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오전 인천 중구 연안부두 종합어시장. 제철을 맞은 새우와 어시장의 '스테디셀러' 광어, 커다란 덩치의 홍어, 은빛 갈치 등 수많은 해산물이 좌판을 채웠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수조에서 살아 숨쉬는 수꽃게였다. 상인들이 집게발을 잡고 들어올려 보여주는 수꽃게는 한눈에도 튼실해 보였다.
'서해'나 '연평도'로 원산지가 표기된 활수꽃게는 청록색을 띤 짙은 갈색으로, 윤기가 흘렀다. 여름에 탈피를 마친 수꽃게는 가을에 살이 오른다. 암꽃게는 여름에 산란한 뒤 살이 빠져 가을에는 먹을 게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론 가을에 탈피를 하느라 움직임이 없어 잘 잡히지 않는다.
꽃게는 산란 성기(5~7월)를 피해 4~6월과 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된다. 알이 가득 찬 봄 꽃게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 어시장 좌판 한쪽에선 지난봄에 잡혀 급랭시킨 알배기 암꽃게도 내놨다. 알배기 봄 꽃게는 게장으로, 가을 꽃게는 찜과 탕으로 먹기에 적합하다는 게 상인들 얘기다.
가을에 잡히는 수꽃게는 봄에 잡히는 암꽃게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상대적으로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이날 활수꽃게는 ㎏당 1만3,000원에서 2만3,000원에 팔렸다. 연안부두 어시장의 한 상인은 "크기가 클수록 비싸고 맛있다"면서 "가격은 그날그날 다르다"고 말했다.
'곶게'라 불리던 꽃게...연평어장이 주산지
꽃게는 서해와 남해, 제주 해역을 비롯해 중국·일본·대만에 넓게 분포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에서 보고된 꽃게류만 16종이다. 크게는 일반 꽃게와 '박하지' '돌게' 등으로 불리는 민꽃게 등 두 종류로 나뉜다.
꽃게는 과거 '곶게'로 불렸다. 마름모꼴 몸통 좌우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바다로 돌출된 뾰족한 모양의 땅을 일컫는 '곶'과 비슷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 등딱지와 다리에 흩뿌려져 있는 흰색 점이 꽃처럼 보여 곶게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곶은 꽃의 옛말이다.
꽃게는 충남과 전남, 전북에서도 잡히지만 대표 산지는 인천이다. 전국 꽃게의 38%가, 서해 꽃게의 절반이 인천 연해에서 잡힌다. 그중에서도 옹진군 연평도 남쪽의 연평어장이 주산지이다.
국산 꽃게 중 연평도산을 최고로 인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연평도 앞바다는 꽃게가 살고 알을 낳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살이 더 단단하고 달다는 게 어민들 얘기다. 전국에 연평도산 꽃게만 고집하는 간장게장 전문점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기가 사라진 연평도, '꽃게의 섬'으로
연평어장에선 주로 그물로 꽃게를 잡는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그물 아랫부분에 닻을 달아 고정하는 닻자망 어업 비중이 가장 크다. 주머니 모양의 그물인 안강망과 통발 어업은 그다음이다.
연평도가 지금은 꽃게로 유명하지만 상업용 꽃게 어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불과 40년 전인 1980년대다. 꽃게가 식탁에 자주 오르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됐다는 얘기다.
연평도는 과거 조기의 섬이었다. 조기떼가 북상해 산란하는 4월 하순부터 6월 상순까지 1,000~3,000여 척의 어선이 연평어장에 몰려 들었다. 연평도도 조기 파시(어시장)가 열려 장사진을 이뤘다. 당시 꽃게는 잡어 취급을 받았다. 일부 사람들이 찬거리로 구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버려지거나 거름으로 쓰였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조기가 사라지고, 냉동시설이 점차 보급되면서 연평도 꽃게의 위상이 달라졌다. 꽃게는 쉽게 상하고 유통망이 없어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수요와 어획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연평도를 '꽃게의 섬'으로 만들었다.
어획량 늘어도...어민은 '조기 전철' 밟지 않을까 걱정
우리나라 꽃게 어획량은 1970년 2,700톤에서 해마다 늘어 1988년 3만2,000톤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3년 3만448톤으로 '반짝' 상승한 뒤 다시 줄어들기 시작해 2018년 1만1,770톤까지 떨어졌다. 연안어장의 환경 악화와 무분별한 남획,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어민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수역에 까맣게 몰려와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들을 꽃게 어획량 감소의 주범으로 꼽았지만 전문가들은 달라진 어장 환경 쪽에 더 무게를 뒀다. 다행히 꽃게 어획량은 2019년 1만2,306톤에서 2020년 1만5,417톤, 지난해 1만9,713톤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 1만540톤을 기록해 2만 톤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최근 서해안 수온과 영양염 등 꽃게가 서식·산란하기 더 적합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 치게 방류량이 늘면서 개체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인천·강화지역의 강수량이 늘면서 영양염 공급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게 방류량도 최근 3년간 1,900만 마리에 이른다. 연평어장의 경우 연간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어획을 허용하는 '총허용어획량제도(TAC)' 적용도 받는다.
어민들은 그러나 꽃게가 과거 조기처럼 사라질 것이란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김맹진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연평도 주변 해역은 꽃게의 주산란장으로, 이곳이 파괴되면 꽃게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폐그물 수거와 금어기·금지체장 설정, TAC 시행 등 꽃게 자원 관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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