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최신폰에 5G 요금제만 판매
기술적으로 5G 스마트폰도 LTE 사용 가능
통신사 "서비스 품질·비용 측면서 5G가 유리"
소비자단체 "LTE 등 다양한 통신망 공급해야"
#.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이달 초 한 통신사를 통해 '갤럭시Z플립4'를 사면서 월 6만 원가량을 내는 5G 요금제에 가입했다. 이전에 썼던 월 5만 원대 LTE 요금제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통신사가 최신 스마트폰에는 5G 요금제만 적용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국내 통신 대기업들이 최신 스마트폰을 볼모로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강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갤럭시Z4 시리즈와 아이폰14 등 최신 스마트폰에 5G 요금제만 결합해 판매하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은 기술적으로 5G 통신망뿐만 아니라 5G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LTE 통신망도 쓸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영업 전략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최신폰에 5G 요금제만 판매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적다는 지적이다.
"갤Z4·아이폰14, 5G 서비스에 최적화"
14일 통신업계는 이 같은 문제제기를 두고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하며 맞섰다. ①최신 스마트폰은 5G 통신망 적용에 최적화됐고 ②통신사 마케팅 전략상 최신 스마트폰에 5G 요금제를 결합해야 더 많은 요금 혜택이 주어진다는 설명이다. 최신 스마트폰에서 LTE 요금제를 쓰는 것은 "통신 서비스 품질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오히려 소비자에게 손해"라고 주장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신 스마트폰은 대부분 5G 스마트폰인데 이는 5G 통신망을 이용할 때 최적의 성능을 낸다는 뜻"이라며 "LTE 통신망을 쓰려면 굳이 비싼 5G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5G 스마트폰에 LTE 통신망을 적용할 경우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신사들의 마케팅, 판매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신 스마트폰에 5G 요금제를 팔면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결합하는 등 요금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며 "비용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이 5G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신사들은 갤Z4, 아이폰14에서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는 '우회로'도 설명했다. LTE 요금제를 지원하는 단말기에서 LTE 요금제를 개통한 뒤, 해당 기기 유심(스마트폰 신분증 역할)을 5G 스마트폰에 옮겨 끼라는 것. 그러나 이는 소비자 입장에선 핸드폰 두 대가 필요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급제 스마트폰을 사서 대형 통신사 대신 알뜰폰 5G 요금제를 선택한다.
"통신사가 이익 더 얻으려는 전략"
이처럼 통신 대기업들이 최신 스마트폰에 5G만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①서비스 만족도가 낮은 5G 사용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고 ②상대적으로 비싼 5G 요금제를 쓰느라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
현재 통신3사가 판매 중인 5G 요금제는 ①5만 원 초반 저가요금제(데이터 10GB) ②5만 원 후반~6만 원 초반 중간요금제(데이터 24GB 안팎) ③7만 원 이상 고가 요금제(데이터 110GB 이상)로 나뉜다. 저가요금제와 중간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낮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고가요금제 말고는 고를 게 없다는 얘기다.
5G 서비스 품질과 관련해선 끊김 현상이 생겨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통신3사 LTE 기지국 수는 약 100만 개 이상이지만, 5G 기지국수는 약 22만5,000개 수준이다. 특히 통신사들이 상용화한 3.5기가헤르츠(㎓) 대역 5G 기지국의 44%는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나 농어촌 등 지방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최신 5G 스마트폰에는 5G 요금제만 쓸 수 있는 것으로 아는 소비자도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갤Z4나 아이폰14 기종에 LTE 요금제를 개통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에 소비자 단체들은 통신사들이 최신 스마트폰에도 LTE 등 다양한 통신망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채 5G 요금제 선택을 강요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100만 대 가까운 국내 사전 예약을 받은 갤Z4 시리즈와 전국에서 품절 행진을 기록 중인 아이폰14 프로의 역대급 흥행이 자칫 통신사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통신사들이 최신폰에 5G 요금제만 파는 것은 강제로 소비자들을 고가 요금제로 갈아 태우려는 것"이라며 "통신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신 스마트폰을 볼모 삼아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지금도 5G가 제대로 안 터져 5G 요금을 내고도 LTE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통신사들이 최신 기종에도 LTE 등 다양한 통신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통신사들에게 최신 스마트폰에도 LTE 등 통신망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신사들이 자율적으로 기기를 확보해 요금제 상품을 구성하는 만큼, 부처가 요금제를 강제할 카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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