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러시아 남성 5명 탄 배 회항 유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을 피해 키이우의 지하철 역사에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동원령 발령 뒤 러시아인 20여 명이 국내 입국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입국을 불허했다.
11일 법무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러시아 남성 5명을 태운 배가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 인근을 배회하다가 해경에 의해 영해를 벗어났다.
이들은 1일 오전 9시 10분쯤 강원 고성군 아야진항 동쪽 13㎞ 해역에서 속초해경에 발견됐다가 '목적 불문에 따른 입국 불허'로 5일 러시아로 회항했다. 해경 측은 이들의 안전한 회항을 위해 3일간의 식량과 물, 연료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상 악화 등으로 러시아로 가지 못하고 울릉도까지 떠밀려 온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이들을 태운 배는 해상 위치와 항행로, 속력 등의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잡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난달 27일 한국여행을 목적으로 출항, 속초항에 입항하려 했지만, 입국 사유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해 (매뉴얼에 따라) 안전조치를 취한 뒤 러시아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해경은 무단 상륙 등에 대비해 순찰과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뒤 이들을 포함해 이달 초에만 20여 명의 러시아 남성이 동해안을 통해 입국하려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우리 해역에서 발견된 러시아인 탑승 배는 5척이다. 이 중 4척이 입항을 시도했다.
1일 오전에는 러시아인 10명이 탄 배가 부산항에 들어오려다 입국 불허 판단을 받고 경북 포항 신항에 입항한 뒤 같은 날 오후 출항하기도 했다. 4명씩 탄 선박 두 척도 포항에 당도했지만, 법무부는 입국 목적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2명을 제외하고 입국을 불허했다.
법무부와 해경은 러시아인들의 입국 시도가 자국의 동원령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대를 다녀온 전역자를 대상으로 부분적 동원령을 내렸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동원령 이후 2주 만에 70만 명이 러시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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