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요소가 바로 독서이다.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서점의 자녀교육 코너에 가면 손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좋은 책으로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점만 생각하다가 쉬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음독(音讀)의 중요성이다. 소리에 따라 읽는 방법은 크게 묵독과 음독으로 나뉜다. 보통 아이들은 음독으로 시작해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대부분 묵독으로 책을 본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앞에 앉혀놓고 음독을 해준다. 부모로서 당연하게 해야 할 일로 중요하고 위대한 일이다. 문제는 아이가 책을 스스로 읽어내는 시점부터는 책을 읽어주는 시간과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며 아이에게만 온전히 독서의 의무가 전가된다는 점이다. 이는 책을 읽어주는 행위를 아이에게 단순히 글자를 읽을 수 있게 지도하는 행위라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때부터 아이는 자연히 음독이 아닌 묵독으로 일관되게 책을 읽게 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는 장점은 생각보다 많다. 첫 번째, 아이의 읽기 유창성에 도움을 준다. 읽기 유창성이란 적절한 속도와 정확성, 표현 능력으로 글자를 읽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읽기 유창성이 부족하면 어휘력이나 독해력의 저하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의 학습 능력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 국립 읽기위원회(National Reading Panel)에서도 반복된 소리 내어 읽기를 유창성 향상의 방법으로 추천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두 번째, 뇌 활동을 활발하게 만든다. 도호쿠대학 가와시마 류타 교수의 연구를 비롯한 수많은 뇌 과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묵독을 했을 때는 뇌의 전전두엽만 활성화된 반면, 소리를 내어 읽을 경우 뇌가 활성화되는 영역이 훨씬 넓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올바른 발음을 익히고 자신감도 키워줄 수 있다. 학교에 가게 되면 질문을 하거나 발표를 할 기회가 많다. 그때 말을 우물쭈물한다거나 목소리가 작다면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낼 수 없다. 일부러 연습시키기가 어렵다면 함께 책을 읽는 시간으로도 이런 훈련이 가능하다. 부모가 먼저 크게 읽으면서 아이도 그렇게 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면 알게 모르게 아이를 단련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집에서는 아직도 자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주 2~3번은 소리 내어 읽는다. 어른이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읽기도 한다. 한 명이 읽다가 틀리면 다음 사람이 이어서 읽는 방식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음독 시간을 놀이처럼 할 수 있기에 괜찮은 방법이다. 이렇게 함께 읽는 시간을 고집하는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이유뿐만 아니라 이런 시간을 통해서 아이와 평소 부족했던 대화를 하고 교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물론 읽기 유창성이 탄탄해지면 묵독이 더 효과적이다. 모든 책을 음독할 수도 없으며 책 읽는 속도와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단점 또한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뇌를 발달시키고 올바르게 잘 읽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소리 내어 읽기만큼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처럼 부모와 옆에서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꾸준히 가진다면, 아이가 혼자서 읽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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