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가장 비싼 고든램지버거 꾸준한 인기
미국산 프리미엄 버거들 줄줄이 한국 진출
"특별한 경험에 지갑 여는 소비자 늘어" 고급화 지속
"14만 원짜리 햄버거 판매 비중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죠."
'헬스키친'으로 유명한 영국 셰프 고든램지의 브랜드인 '고든램지버거'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아시아 1호점'을 연 지 9개월. 한우 패티를 통째로 쓴 14만 원짜리 '1966버거'는 국내 어떤 수제 버거보다 비싸서 화제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14만 원짜리 버거 먹어보니'라는 후기가 줄을 이으며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초고가 버거는 얼마나 팔렸을까. 고든램지버거코리아 관계자는 21일 "8월까지 매출 중 1966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7%"라며 "대표 메뉴 포레스트 버거(3만3,000원) 23%, 헬스키친 버거(3만1,000원) 21%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덧붙였다. 1966버거는 하루 30개 넘게 팔리며, 이달 말 누적 판매 개수 1만 개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관계자는 "가격 못지않게 재료, 메뉴의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이 늘었다"며 "값이 비싸도 좋은 재료를 쓰고 맛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1966버거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이 회사는 프리미엄 라인도 강화, 핼러윈 시즌을 앞두고 이달 말까지 5만3,000원에 한정판 '고스트버거'도 내놓았다.
'미국산 고급 버거' 줄줄이 한국 상륙
국내 외식 시장에서 최근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먹거리 분야는 '프리미엄 버거'다. 특히 '미국산 고급 햄버거'의 역습이 두드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혼자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중저가 햄버거 시장이 성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3,038억 원에서 2020년 2조9,600억 원으로 28.6% 커졌다.
①올해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업을 시작한 고든램지버거를 국내 패션업체 진경산업이 론칭해 아시아 첫 매장을 서울 잠실에 열었고, ②5월에는 2008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창업,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는 햄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Good Stuff Eatery·GSE)'도 대우산업개발이 들여와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열었다. 대표 메뉴인 '프레즈 오바마 버거'의 단품 가격은 미국(9.75달러·20일 원달러 환율 기준 1만3,970원)과 비슷한 1만3,900원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햄버거들도 고급화 바람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도 최근 국내 상륙 소식을 알렸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을 내년 상반기 중 연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그룹 신사업전략실장이 이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 측은 파이브가이즈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파이브가이즈는 국내 햄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며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먹어 본 햄버거 브랜드를 원하는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브가이즈의 버거 단품 가격은 미국에서 9~12달러(약 1만2,900원~1만7,200원) 사이.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파이브가이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버거 구매시 땅콩 무료 제공' 정책을 국내에서도 시행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3대 버거' 중 쉐이크쉑은 2016년 SPC가 들여와 시장에 안착 중이다. 쉑버거 7,300원, 스모크쉑 9,300원 등 대표 버거 단품 가격이 7,000~1만 원 사이로 고가의 햄버거지만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천안까지 진출하며 올해 점포를 23개까지 늘렸다. bhc그룹도 미국 서부의 유명 햄버거 브랜드인 '슈퍼두퍼' 1호점을 이달 말 서울 서초구에 열 예정이다.
최근 고물가 여파로 제품 가격을 한 해 두 차례나 올린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들도 고급화 전략을 함께 꾀하고 있다. 6월 롯데리아는 불고기버거 30주년을 기념해 1만 원이 넘는 더블 한우불고기 버거(1만2,000원)와 한우 트러플머쉬룸 버거(9,300원)를 출시했다. 버거킹은 9월 선보였던 '골든치즈렐라'의 재료를 고급화한 프리미엄 버전인 '골든치즈렐라X'를 최근 선보였다. 단품 가격은 기존보다 1,000원 올린 1만500원. 버거킹 관계자는 "골든치즈렐라가 출시 3주 만에 판매량 65만 개를 넘어설 만큼 인기가 높았다"며 "같은 제품도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게 고급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7,000~1만 원대의 다양한 프리미엄 버거는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약 5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비건 코스 요리도 인기..."경험에 돈 쓰는 소비자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전후로 외식 시장이 생계형과 고급형 둘로 나뉜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좀 비싸도 좋은 재료와 특별한 경험을 준다면 얼마든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외식 메뉴인 햄버거가 거침없이 고급화를 향하는 가운에 국내에서 대중화가 어려웠던 고급 비건식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농심이 5월 말 '고객에게 비건 파인다이닝 경험을 주겠다'며 서울 잠실 월드타워에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도 그중 하나다. 이 식당에서는 코스 요리를 7만7,000원에 제공한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엔 낯선 비건 파인 다이닝을 접하려는 사람들로 주말 예약은 아직도 꽉 차고 있다"며 "고객 중 비건식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많은데, 특히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는 낯설고 특별한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지갑을 여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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