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는 '0개'
일반시설은 '못 받아'… 가정 복귀돼 또 학대
설치 더뎌 예산 더 필요한데 정부는 삭감
#아버지의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린 2003년생 장애아 A씨의 학대가 처음 신고된 건 2015년이다. 상담원은 즉시 분리보호 조치를 하려고 했지만, A씨를 받아줄 보호시설은 거주지역인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아버지가 있는 가정으로 복귀했고, A씨에 대한 학대 신고는 지난해까지 접수됐다.
지난해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장애아동은 약 1,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을 가해자에게서 분리해 보호할 쉼터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 학대당할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의 현실인데, 정부는 내년 장애아동 전문쉼터 사업 예산까지 삭감한 상태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학대피해 장애아동 쉼터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장애아동 전용 쉼터는 0곳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올해 3개 지역에 6개의 장애아동 전문쉼터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올해 6개 설치하려 했지만 추진 지연에 아직도 0개
학대 피해 장애아동은 전용쉼터가 없어 비장애아동 쉼터나 성인 장애인 쉼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A씨 사례처럼 이들을 받아주는 시설은 거의 없다. 장애아동을 맡아 보호하는 게 쉽지 않고, 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인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학대 장애아동들은 즉시 분리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수개월에서 1년까지 학대 가해자와 같이 생활해야 한다. 2019년 친부에게 학대당한 지적장애 아동 C(17)씨는 갈 곳이 없어 원가정에 복귀했고, 1년이 지나서야 아버지와 떨어졌다. 지난해 친부·계모에게 방임·폭행당한 8세 지적·지체장애 아동 C씨도 분리까지 6개월이나 걸렸다.
지난해 7월 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쉼터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정부는 당초 올해 서울과 부산, 경기 3개 지역에 6개소를 설치·운영할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민간 위탁에 따른 행정 절차 이행이 더뎌지면서 추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14개 지어야 하는데 예산안엔 '4개 비용'만 반영
설치가 지연되면서 내년에는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쉼터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900만 원 삭감(20억1,800만 원, 올해 예산 20억3,700만 원)했다.
예산이 깎이면서 계획도 틀어졌다. 당초 내년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를 20개소까지 확대하고 2024년에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34개소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내년에는 2개 지자체에 4개소만 추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14개소 설치 비용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10개소 설치 비용이 날아갔다.
강선우 의원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을 확보해 신속하게 17개 지자체에 쉼터가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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