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메리칸 프리즌'
자동차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거의 100% 확률로 취업이 보장된다. 전과가 있어도 괜찮다. 단, 시급 9달러와 온종일 쏟아지는 폭언과 협박을 견딜 수 있다면.
기자인 셰인 바우어가 교도관으로 위장 취업한 '윈 교정센터'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대표적인 민영 교도소다. 바우어는 이곳에서 어떤 교정 프로그램도 제공받지 못하고 시간만 때우는 죄수들을 만난다.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손발을 절단한 죄수도 목격한다. 이들은 방치를 넘어 학대받고 있었다.
교도소를 지배하는 비용 절감, 이윤 추구 극대화의 논리는 재소자는 물론 직원들의 인권도 위협한다. 1991년 이후 수십 년간 시급이 동결된 교도소는 늘 인력이 모자란다. 관리·감독할 교도관이 없으니 재소자들은 운동장도, 도서관도 사용할 수 없다. 갇혀 있기만 하는 재소자들은 그 불만을 교도관에게 터뜨린다. 양질의 인력이 교도관으로 일할 리 없다.
민영 교도소는 한국 독자들에게 낯선 존재다. 하지만 법 집행 시 효율성만을 우선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국내도 교정시설의 과밀화, 의료인력과 교정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문제다. 교정시설에서 빈번했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단적인 예다.
'윈 교정센터'의 실상은 '범죄자 인권을 왜 보호해줘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한 수감 경험자가 구치소 공간이 너무 좁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문의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그들이 다시 자유를 회복하였을 때 (…) 자신의 인생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라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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