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파격 변신 대신 느린 성장 택한 영리함
"부모 영향으로 연기 시작하는 아역 많아"
안방극장에서, 그리고 스크린에서 아역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이들은 친근함을 무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왔다.
5세에 데뷔한 박은빈은 지난 8월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우영우를 연기했다. 2004년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한 1999년생 김유정은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의 공개를 앞두고 있고 여진구는 다음 달 개봉하는 '동감'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이들 외에도 김향기 서신애 진지희 등이 아역으로 데뷔해 롱런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랜 아역 활동으로 굳어진 이미지는 많은 스타들에게 골칫거리였다. 아역 출신 연기자들이 교복을 벗고 어른들의 로맨스를 그려낼 때 많은 시청자들이 낯선 감정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10대가 아닌 성인의 모습으로 안방극장, 스크린을 찾은 스타들과 관련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역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애가 어른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일부 아역 출신 배우들은 각자의 방식을 통해 대중의 색안경을 벗고자 노력해왔다. 서신애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 아역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화장법이나 머리 스타일, 옷 입는 스타일을 성숙하게 해보는 건 어떨지에 대한 주변의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맞는 옷을 걸치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털어놔 시선을 모았다.
성인 연기자로 자리잡은 박은빈
박은빈은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워진 아역 출신 배우다. 한 소속사 관계자 A씨는 박은빈이 성인 연기자로 자리를 잘 잡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본지에 "성장하는 모습이 대중에게 노출돼 있다 보니 아역에서 성인 연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많은 배우들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기존 이미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은빈의 아역 이미지 탈피 성공 이유에 대해 "갑자기 성인 여성의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기보다 우영우처럼 현실에서 보기 힘들 듯한 캐릭터성 짙은 배역, '청춘시대'처럼 실제 비슷한 나이대 대중이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리얼물을 중심으로 선택했다. 그 영리함이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큰 변신을 시도하는 대신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과정이 빛을 발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아역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하는 일에 대중의 색안경 같은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또 다른 소속사 관계자 B씨는 "이미지 변신이 힘들 수는 있지만 아역으로 활동하며 노하우가 쌓인다. 대중에게 일찍이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현장 상황에 적응하는데 좋고 업무적인 센스도 많이 발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아역이 자발적으로 배우의 길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A씨는 "본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부모님들의 영향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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