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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술핵 싣는 순항미사일 도발···타원·8자형 궤도로 3시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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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술핵 싣는 순항미사일 도발···타원·8자형 궤도로 3시간 날았다

입력
2022.10.13 18:30
수정
2022.10.14 01: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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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해상으로 2발 발사, 軍은 공지 안해
김정은 "적들에게 보내는 명명백백한 경고"
과거보다 사거리 향상, 방어망 무력 우려도
ADD "엔진 수준 안 좋아, 우리가 절대우위"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시험발사하는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시험발사하는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전술핵을 탑재해 남측을 위협하겠다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흘 만에 순항미사일 카드를 꺼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 참관하에 전날 새벽 전술핵 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저공 비행을 해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순항미사일에도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심야에 2018년 9ㆍ19 남북 군사합의에서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및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군용기 10여대를 내려보냈다. 지난 8일 전투기 150대를 동시 출격시킨 지 5일 만에 공중 무력시위를 또 벌인 것이다.

일정한 고도로 낮게 나는 순항미사일은 곡선을 그리며 대기권 밖까지 날아갔다가 내리꽂히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파괴력이 낮다. 이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도 아니고, 군 당국이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매번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순항미사일에 전술핵을 실을 수 있다면 무시 못할 전력이 된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평가했던 순항미사일, 무시 못할 전력됐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하며 웃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하며 웃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1만234초(2시간 50분 34초)를 비행해 2,000㎞ 떨어진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 3시간 가까이 체공한 것으로 올 1월 발사(2시간 35분 17초 비행·1,800㎞ 표적 타격) 당시보다 사거리가 향상됐다. 인근 터널에서 참관한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은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우리의 명명백백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어 13일 심야에 공중 무력시위도 추가로 이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13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4일 0시 20분까지 북한 군용기 항적 10여대를 식별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북한 군용기는 전술조치선 이남 서부 내륙지역에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북방 5㎞ 인근까지, 동부 내륙지역에서는 비행금지구역 북방 7㎞, 서해지역에서는 북방한계선(NLL) 북방 12㎞까지 접근했다가 북상했다. 우리 군은 F-35A 포함한 우세한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켰다.

조선중앙통신은 "시험발사는 조선인민군 전술핵 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의 전투적 성능과 위력을 더욱 제고하고 전반적 작전 운용체계의 믿음성과 기술적 안정성을 재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핵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는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북한이 순항미사일 앞에 ‘전략’이란 단어를 붙인 것도 눈길을 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전개 전략자산이 집결된 괌을 순항미사일을 이용한 핵 타격권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며 “사진상으로 탄두 중량은 토마호크와 비슷한 0.5톤 내외로 보이는데 추가 핵실험 없이 기존 기술만으로 제작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늘 공개된 순항미사일은 연료통을 늘려 멀리 보낸 것 같지만 엔진 자체 수준은 크게 좋지 않아 보인다”며 “우리 순항미사일이 북한 대비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탄도 위주 방어체계, 공개 관행도 달라져야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장이 1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천=오대근 기자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장이 1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천=오대근 기자

순항미사일에도 전술핵 탑재가 가능해진 이상, 우리 군으로선 탄도미사일 위주로 짜인 방어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m 이하 저고도로 지상에 밀착해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레이더망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탄도미사일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정확도가 높고 산악 지형에 따라 경로를 바꾸는 장거리 선회비행도 가능하다. 만약 탄도미사일, 방사포와 섞어 쏠 경우 한미 미사일 방어망 등 3축 체계가 무력화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안보 공백 우려가 커지자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려 탐지 시 충분히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의 3축 체계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협 수준이 달라진 만큼, 군 당국의 미사일 발사 공개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군 당국은 전날 새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탐지했으나,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 보도 직후에야 미사일 발사 사실을 확인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우리 정보 감시 능력 노출 등을 고려해 별도로 설명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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