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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도 밖에서도 "시진핑 타도!"...잔칫날 앞두고 뒤숭숭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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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도 밖에서도 "시진핑 타도!"...잔칫날 앞두고 뒤숭숭한 중국

입력
2022.10.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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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비난 현수막에 중국 정부 당혹
미국도 "중국 유일한 경쟁자, 승리할 것" 견제구
시진핑, 당대회 후 마오쩌둥급 지도자로 격상 전망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고가도로 스통차오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인민 영수가 아니라 선거가 필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트위터 캡처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고가도로 스통차오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인민 영수가 아니라 선거가 필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트위터 캡처

'시진핑 1인 시대' 개막을 알리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안팎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례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표출된 데다, 미국은 새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지정하며, 시진핑의 중국과 맞서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노예 대신 공민을" 현수막에 중국 충격

당대회를 불과 사흘 앞둔 지난 13일 시진핑 장기 집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베이징 한복판에 걸리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런민대역 인근 고가도로인 스통차오에 걸린 현수막에는 "핵산(PCR) 검사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을, 문화대혁명 대신 개혁을, 영수(시 주석이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호칭)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공민을"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현수막에도 "독재자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중국 어디서든 좀처럼 보기 드문 문구가 담겼다.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된 당시 사진에는 현수막 주변에 불을 피운 듯한 자욱한 연기까지 피어오르고 있었다.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비난한 현수막이 내걸렸던 베이징 하이덴구의 고가도로(스통차오) 모습.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는 고가도로 위에 사복 공안들이 올라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비난한 현수막이 내걸렸던 베이징 하이덴구의 고가도로(스통차오) 모습.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는 고가도로 위에 사복 공안들이 올라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중국에서, 그것도 수도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비난한 현수막이 내걸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 더욱이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어,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 장기 집권 체제 자체를 비방하는 내용이기에 중국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현수막 현장에 사복 공안 배치...사진 삭제 요구

14일 현장에 가보니 스통차오와 주변의 경계는 삼엄했다. 경찰차들이 현수막이 걸렸던 주변에 배치돼 있었고, 고가도로 위에선 사복 공안으로 보이는 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심지어 스통차오가 내다보이는 주변의 모든 육교 위에도 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현장 주변 사진을 찍던 기자 역시 공안에게 휴대폰을 압수당해 사진 여러 장을 지워야만 했다. 사건 당시 모습은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지만, 당국 검열 탓에 웨이보와 바이두 등 중국 SNS에서는 현재 사진이 검색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비난한 현수막이 내걸렸던 베이징 하이덴구의 고가도로(스통차오) 주변에 경찰차가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비난한 현수막이 내걸렸던 베이징 하이덴구의 고가도로(스통차오) 주변에 경찰차가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현수막 시위를 벌인 인물은 현장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현수막 시위자가 최근 비밀리에 전인민의 파업 운동을 준비해온 '펑자이저우'(彭載舟)라는 인물로 추정된다고 전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왕단은 VOA에 "이번 시위자는 톈안먼 시위 당시 탱크를 가로막고 나섰던 이른바 '탱크맨'에 필적한다"며 "그의 행동에 깊은 경의를 보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도 '축복' 대신 "경쟁자" 못박아 견제구

시진핑 시대 개막을 앞두고 미국도 중국에 묵직한 견제구를 날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중국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이자, 유일한 경쟁자"로 명시했다. 이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하고 미국에 도전하려는 시 주석의 중국과 갈등을 피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이틀 앞둔 14일 한 중국 시민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에 설치된 중국 공산당 상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이틀 앞둔 14일 한 중국 시민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에 설치된 중국 공산당 상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시 주석은 당대회를 통해 무난히 3연임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지도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마오쩌둥 시대 이후 사라졌던 '인민 영수' 칭호도 부활, 시 주석의 지위 역시 국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한편 당대회는 22일까지 약 일주일간 이어진다. 폐막 다음 날인 23일 열리는 공산당 20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과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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