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닛산 '세피로' 기반 탄생한 1세대 SM5
이건희 회장, 주요 자리에 'SM530L' 타고 참석
2세대 모델, 스마트 카드키 등 첨단사양 '눈길'
르노 차체 기반 '3세대' 모델, 판매 부진해 단종
1998년부터 21년 동안 국내외서 102만 대 판매
중고차 시장에서 단종 차량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새 차를 살 수 없고, 중고만 있다. 특히 국산차 브랜드 중 가장 늦게 탄생한 '삼성자동차'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SM5'는 뉴트로 감성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으뜸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가 올해 3분기 누적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단종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르노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SM5'인 것으로 나타났다. SM5의 판매량은 전체 중고차 모델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그랜저 판매량의 약 20%에 달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 꿈 이뤄준 1세대 'SM5'
SM5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동차에 대한 꿈을 실현해 준 차다. 평소 자동차 마니아인 이 회장은 슈퍼카 수십 대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5년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SM5 프로젝트(KPQ)를 이끌었다. 1세대 SM5는 당시 일본 닛산자동차의 중형 세단 '세피로'를 바탕으로, 3년 가까이 개발됐다. 닛산의 파워트레인(동력계)과 부품을 국내 도로 상황에 맞게 만들었다.
1세대 SM5는 1998년 3월 세상에 등장했다. 1.8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부터 2.5 V6 가솔린 엔진까지 다양한 파워 트레인으로, 현대차 '쏘나타', '그랜저'와 경쟁했다. 당시 국산차에선 볼 수 없었던 아연도금 강판을 쓰고, '세계 10대 엔진' 닛산의 'VQ25' 엔진까지 넣었다. 이 회장은 청와대 방문, 재계 회장 모임 등에 리무진 차량으로 특별 제작한 'SM530L'을 타고 다니며 애정을 과시했다. 출시 2년 반 만에 20만 대 넘게 팔렸다. 1세대 SM5는 내구성이 뛰어나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다.
'황금기' 2세대, 마지막 '삼성차' 3세대 모델
SM5의 황금기였던 2세대 모델은 2005년 1월 출시했다. 닛산 준대형 세단 '티아나'를 기반으로 한 2세대 SM5는 유려한 디자인과 첨단 사양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국산 중형차 최초로 스마트 에어백과 납작한 스마트 카드키 등을 썼다. 2007년에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SM5 뉴 임프레션'을 출시, 한 달 만에 1만 대 이상 팔렸다.
2010년 1월 출시한 3세대 SM5는 처음으로 닛산 대신 프랑스 르노의 유럽 대표 중형 세단 '라구나'와 차체를 공유했다. 다만 납작한 형태의 디자인 때문에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2년 만인 2012년 1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SM5 플래티넘'이 출시됐다. 2015년에는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 'SM5 노바'를 내놓으며 르노삼성차의 패밀리 룩을 완성했다.
SM5는 후속인 SM6' 출시 이후에도 'SM5 아듀'라는 이름으로 2,000대 한정 판매됐다. 2019년 8월 부산공장은 SM5 생산을 종료했고, 같은 해 12월 SM5 마지막 모델이 나오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1년 동안 SM5의 누적 판매 대수는 국내 97만여 대, 수출 5만여 대 등 102만 대가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SM5는 이건희 회장, 삼성자동차에 대한 향수와 높은 가성비 차량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라며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뉴트로 트랜드(흐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카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SM5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단종 중고차는 2018년 단종된 한국GM의 쉐보레 '크루즈'로 나타났다. 또 르노코리아 'SM3'(2020년 단종)가 3위, 현대차 '액센트'(2019년 단종)가 4위였다. 5위는 현대차의 상용밴 '스타렉스'(2021년 단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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