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첫 OTT 드라마 '욘더'
이준익 감독만의 공상과학 스토리텔링으로 표현
신하균의 절절한 감정 표현, 시청자 몰입감 최고조
"죽음을 디자인하세요." 이준익 감독이 바라보는 근 시대는 이런 모습일까. 충무로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이준익 감독이 드라마 메가폰을 잡았다. 이준익 감독이 선보이는 아름답고도 서글픈 공상과학 이야기 '욘더'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4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가 공개됐다. 작품은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날 공개된 1, 2화에서 재현(신하균)은 침상에 누워있는 아내 이후(한지민)를 떠나보낼 준비를 했다. 작품의 배경인 2032년에는 안락사 법이 통과됐고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 심장암 투병 중인 이후는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했고 재현은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이후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 이들 부부의 집에 의문의 손님 세이렌(이정은)이 방문했다. 이후와 모종의 계약을 맺은 세이렌은 의뭉스러움을 남기며 사라졌다.
재현은 아내의 기억을 간직해주겠다는 세이렌의 말을 듣고 흘렸지만 이후의 귓가에 의문의 장치가 부착돼 있는 것을 눈치챘다. 이후와 이별 후 그의 흔적을 모조리 정리한 재현은 이후가 보낸 영상 메시지를 받고 충격에 빠진다. 영상 속에서 이후는 "난 여기로 떠나온 거야. 날 만나고 싶다면 여기로 와줘"라고 말하고 있었다. 재현은 과거 이후가 접속한 사이트들을 찾다가 이후가 사실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고민 끝에 재현은 이후가 말한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세이렌은 "잘 모르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재현을 또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가상 세계에서 이후는 고통 없이 살고 있었고 재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놀라운 상상력, 삶과 죽음이란
작품은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 "내가 없어진다는 건 나에게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당신으로부터 없어지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작중 인물들을 통해 자주 나온다. 이는 이준익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표다. 극중 이후는 세상을 떠났지만 가상 공간인 욘더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욘더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현실과 흡사하다. 그렇다면 현실에선 죽었지만 욘더에 살고 있는 이후를 죽은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주인공인 재현 역시 욘더 속 이후에게 당신이 '진짜'냐고 의심한다. 욘더 속의 이후는 죽기 전까지의 기억을 갖고 있지만 이후라는 인물이라고 증명할 수 없다. 결국 재현은 욘더와 이후를 부정하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과 죽음에 대해 묵직한 관념을 담은 이 작품이 선사하는 여운이 짙다. 아울러 공상과학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영화 '매트릭스' '인셉션'으로 이어졌던 시뮬라크르(가상세계)의 진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욘더'의 시대적 배경이 먼 미래가 아닌 2032년이라는 것과 가상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익숙한 공간으로 구성했다는 역발상했다는 지점이 새롭고 또 신선하다. 사실 공상과학(SF) 장르는 그간 비주류로 분류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첫 국내 공상과학 영화 '승리호'가 공개됐던 터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공상과학 장르의 콘텐츠들이 나오리라는 기대감까지 나온다.
신하균이라는 든든한 기둥
배우 신하균은 '욘더'에서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1화에서 신하균은 아내를 사별한 남편의 먹먹함을 표현하는데 많은 대사 없이도 캐릭터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붉어진 눈시울 등 그의 감정들은 표정과 행동으로만 표현되지만 얼마나 큰 슬픔에 잠겼는지 알 수 있다. 2화에서는 그의 슬픔에 절박함이 더해지면서 극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내의 흔적을 쫓고 또 의심하는 모습은 긴장감의 농도가 짙다. '욘더'를 단순히 멜로극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휴먼 멜로를 표방하지만 신하균과 이정은 사이 흐르는 긴장감은 여느 서스펜스 못지않다. 이처럼 높은 완성도와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호연를 갖춘 '욘더'가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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