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감사 반격에도 北 도발로 묻혀
IRA 서한·양곡관리법 처리로 '민생·경제' 강조
정부·여당 주도 '안보이슈 몰이' 매몰에 경계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의 끊이지 않는 무력 도발로 고민이 깊다. 국정감사를 전후로 민생과 대통령실과 감사원 간 유착 의혹,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등을 고리로 대여공세를 폈지만, 안보 이슈가 이를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가 고조될수록 야당이 국정 주도권을 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이 13일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후 14일 민주당이 반격에 나섰으나, 북한이 13일 밤부터 14일 오후까지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동시다발적 도발로 가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요구나 '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왕수석'으로 꼽히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간 문자메시지 논란 등을 들어 '대감(대통령실·감사원) 게이트'로 명명하며 강공을 벌여왔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북한 도발에 주목도에서 밀리는 듯한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가 동해상 한미일 합동훈련을 문제 삼으며 윤석열 정부의 '친일 국방' 논란을 주도했지만, 이 역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민주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마땅치 않다.
이 대표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에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은 이러한 환경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서한에서 "법이 시행되면 한국에서 제작된 전기차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돼 미국 소비자의 편익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순방에서 IRA와 관련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감안, 국내 여론을 향해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대안야당의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처럼 민생과 경제를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단독 처리했고, 이 대표가 이날 가계부채 3법(불법사채무효법·금리폭리방지법·신속회생추진법)의 조속한 처리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감사원 이슈가 문 전 대통령을 최종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다수인 가운데 친문재인계 의원이 주도해 '대감 게이트'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등의 공세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등 대북 강경론에는 대응을 삼가고 있다. 보수층을 결집시켜 국정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안보이슈 몰이'에 매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안보 이슈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필요하게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국정 무능과 외교 참사에 대한 국민 실망을 돌리기 위해 대감 게이트로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종합감사를 통해 일제고사 부활 혼선, IRA 늑장대응 등과 관련해 여당을 대신해 민생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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