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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50년 만에 처음 겪는 위기... 다 털어먹기 전 문 닫는 게 나을 수도"

입력
2022.11.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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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국가 경제, 저성장 수렁
"3중고+인력난·전기요금 인상 = 5중고"
"나아질 기미 보이지 않아... 희망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업 50년 해오면서 영업 적자 난 건 처음이에요. 위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년에도 이러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 화장실용 자재를 만들어 파는 송공석(70)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부터 부품 값이 작은 건 40~50%, 큰 건 120~130% 오른 데다 인건비 상승까지 감안하면 전체 비용 상승률은 100%가 넘는다. 하지만 소비자가는 10%도 채 올리지 못했다. 하루하루 장사를 이어가는 게 손해인 지경에 이른 셈이다.

당초 송 대표는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요즘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는 "적자가 계속될 것 같으면 털어먹기 전에 문 닫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 30년 동안 자동차용 프레스 금형 제조, 설계 회사를 운영해 온 A씨는 올해도 신규 채용을 포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째다. 연구개발(R&D)도 기존에 해오던 것을 근근이 이어나갈 뿐 새로운 것은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현 상황을 '5중고'라 불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기본이고, 여기에 인력난과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친 탓이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주가 30% 이상 줄고, 외국인 노동자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생산 전반이 차질을 빚었다"며 "여기에 원자잿값 상승, 금리인상, 전기요금 인상 등까지 악재가 겹치니 이겨내기 쉽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희망 없다"는 중소기업들..."이러다 제조업 전반 무너질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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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반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면서 중소기업 전반에서 '못살겠다'는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위기 발생 요인이 복합적인 데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설사 세계적 위기가 끝난다 해도 한국 경제가 반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는 어려움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며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고 털어놨다. 절연선, 케이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도 "20년, 30년 기업을 운영해 온 사람들도 요즘은 '여기가 끝인가' 하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이러다 국내 제조업 전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와중에 정치가 이를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B씨는 "정부도, 정치권도 맨날 얼마나 힘드냐고 묻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는 표밖에 모르고, 정부는 매번 생색내기 바쁘다 보니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게 아니다"며 "최저임금 가파르게 올리면 안 된다고, 52시간제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도 있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다들 심각함을 너무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물에 있는 개구리 이야기를 꺼냈다. 개구리 스스로 삶아지고 있는다는 걸 모른 채 따뜻한 물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상황을 현 상황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정부·정치권, 현재 위기 서둘러 해결하고 그 후까지 대비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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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현재 들이닥친 위기는 물론, 위기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위기 극복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재편되는 산업 생태계 속도에 발맞추려면 그에 맞는 구조 조정과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은 매번 모든 정권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 썼음에도 실패했다"며 "근본 문제라 할 수 있는 대기업과의 고질적 갑을 관계, 부족한 기술 경쟁력 등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지원과 함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산업 정책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 말쯤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우리에겐 그 뒤가 더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은 한계 기업이 절반에 달하고 있는데 위기 후에 바뀌는 산업 지형을 대비하지 못하면 뒤늦게 줄도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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