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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가 예비비, 국정원 몫 6,300억... 중정 때부터 '60년 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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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제 불가 예비비, 국정원 몫 6,300억... 중정 때부터 '60년 성역'

입력
2022.10.20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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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의 안 받는 예비비, 감시 사각지대
정보기관에 예비비 편성, 1963년 시작
진보·보수 모두 개정 시도했지만 불발

국가정보원 전경. 국가정보원 제공

국가정보원 전경. 국가정보원 제공

정부가 코로나19 등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처하기 위해 책정하는 '비상금'인 예비비에 담은 국가정보원 예산이 지난해 6,3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정보기관이 예비비 예산을 가져다 쓰는 건 중앙정보부 설립 때 제정된 관련법을 60년이 지난 현재도 적용받기 때문이다. 예비비 운영 목적과 어긋난 정보기관의 예산 편성을 시대에 뒤처진 법이 허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결산안'을 보면, 지난해 편성한 일반예비비, 목적예비비는 각각 1조6,000억 원, 8조1,000억 원이다. 목적예비비는 재해·재난 등 특정한 일이 터졌을 때 활용한다. 반면 일반예비비는 사용처를 따로 정해두지 않고 정부가 급히 쓸 일이 발생할 경우 사용한다.

지난해 일반예비비 중 '국가안전보장 활동을 위한 경비(국가안전 활동 경비)'로 지출한 금액은 6,300억 원인데 사실상 국정원 몫이다. 지난해 국정원 공식 예산인 안보비 7,460억 원을 더하면 1년 예산은 최소 1조3,760억 원이었다.

국방부, 경찰 등 각 부처 특수활동비(특활비)에 포함된 정보 예산까지 포함하면 국정원 예산은 2021년 기준 '1조5,000억+α'로 추정된다. 내년도 국정원 예산은 국가안전 활동 경비를 2021년 수준이라고 가정해도 안보비 8,552억 원, 전체 특활비(국방부 포함) 2,433억 원을 고려하면 최소 1조6,000억 원을 웃돌 전망이다.

국정원은 조 단위 예산을 사용하지만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 계획은 물론 어떻게 썼는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특히 국가안전 활동 경비는 예비비 특성상 국무회의 의결만 거쳐도 돼, 국회 정보위원회의 예산 심의를 거치는 안보비, 정보 예산보다 더 감시·통제 사각지대에 있다.

국가안전 활동 경비가 예비비에 담긴 건 예산회계특례법에 따라서다. 이 법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1963년 중앙정보부 설립과 함께 제정됐다. 중앙정보부 예산 총액이 알려질 경우 국가 기밀이 폭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보기관 예산을 예비비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후 정보기관이 예비비를 가져다 쓰는 예산 편성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국정원까지 60년 동안 관행처럼 이어졌다.

이에 2018년 5,882억 원, 2019·2020년 각각 6,000억 원 등 국정원이 예비비 예산을 고정적으로 배정받는 건 급할 때 쓰기 위해 편성하는 예비비 취지에 한참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1960년대 논리를 토대로 정보기관 예산을 예비비에 포함하는 건 시대에 뒤처졌다는 지적도 있다. 국정원 예산을 보다 투명하게 편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도 국정원에 대한 예비비 편성을 두고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문제 삼아왔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2013년 민주당이 관련 사안을 당론으로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예산회계특례법은 60년 동안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권을 잡으면 국정원을 쉽게 건드리지 못한 게 그동안의 역사"라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정원 예산을 공개 검증할 수 없다면 독립기관을 통해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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