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G'(팡).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사명 앞 글자를 따서 엮은 말. 미국 4대 기술주를 일컫는 이 조어는 2013년 미 CNBC의 유명 진행자 짐 크레이머가 맨 처음 썼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2017년 크레이머는 여기에 애플을 추가했다. 요즘 쓰는 팡이 'FAANG'으로 굳어진 게 이때다.
최근 미국에선 팡이 그때 그 팡이 아니므로, 다른 말로 대체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른바 'MATANA'(마타나)다.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테슬라·알파벳(구글 모기업)·엔비디아·아마존을 묶었다. 마타나 전엔 MS·아마존·애플·엔비디아·구글을 칭하는 'MAANG'(망)도 있었다. 마타나든 망이든, 적어도 하나 통하는 게 있다. 메타(페이스북 모기업)와 넷플릭스는 빅테크(주요 기술기업) 대표선수 엔트리에서 빼야된다는 거다.
넷플릭스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쇠락한 면이 있다지만, 메타는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광고 사업에 큰 타격을 준 애플의 정책 변경, 틱톡의 부상, 신사업 메타버스의 부진 등 몰락을 설명하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메타에 '위기'란 말이 당연스레 따라붙기 시작한 건 내부고발자가 등장한 지난해 10월부터였다. 고발자는 "메타가 정치 양극화를 조장하는 알고리즘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고, 청소년에게 유해하단 내부 조사 결과를 숨기는 등 돈만을 우선해 왔다"고 폭로했다.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겠다는 회사가 기본적인 윤리마저 무시했을 줄이야. 믿었던 페이스북에 세상은 분노했다. 이후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면서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을 바꾼 것조차 '이미지 세탁용'이란 눈총을 받았을 정도다. 애초 '진짜 메타버스 때문이냐'는 의문을 샀으니, 신사업의 사업성이 여전히 의심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폭로 직전이었던 작년 9월 370달러대였던 메타 주가는 최근 130달러대를 오르내린다.
페이스북의 배신만큼 충격인 사고가 며칠 전 한국에서 있었다. 명색이 '국민 메신저'의 백업 시스템이 그토록 빈약할 줄 누가 알았을까. 데이터센터 한 곳에 화재가 났다고 서비스가 통째로 멈춘 것도 놀라운데, "불 날 줄 몰랐다"는 무책임은 더 놀랍다. 이번 화재가 기본을 되찾는 뼈아픈 교훈이 되길 바란다. 바뀌지 않는다면 머잖아 한국에서도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에서 '카'는 빼라는 말이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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