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이면 강원도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맞는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곱게 물든 단풍이 보고 싶어 지난주 설악산을 찾았다. 산행길에 오르기 전 마음을 다잡고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단풍 명소’로 꼽는 공룡능선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른 아침 시작된 산행은 단풍의 명소 천불동을 지나니 오르막이 지겹도록 펼쳐졌다. 숨이 턱에 차고 다리는 천근만근이라 산행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무렵, 공룡능선이 한눈에 조망되는 신선대에 다다랐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건 희뿌연 안개와 희미하게 보이는 공룡능선뿐이었다.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이곳까지 올라왔는데 허탈감이 밀려왔다. 정신이 몽롱해 바위에 걸터앉으니 바람과 햇살이 산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도닥여 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동해 쪽에서 운해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바람과 함께 나타난 운해는 공룡능선을 집어삼키기도 하고 산봉우리 끝만 보여주기도 하며 다양한 풍경을 연출해 냈다. 비록 그 신비로운 풍광은 몇 분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거장의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 화첩이 눈앞에 펼쳐지는 감동을 맛봤다. 어느새 산행의 고통과 기다림은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